정부의 성 정책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

[이성주의 건강편지]독특한 성문화

정부의 성 정책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

“섹스는 전쟁의 원인도 되고 평화의 목적도 된다. 성실함의 기초이며, 또한 멋의 목표이기도 하다. 대화의 무진장한 원천이며 모든 풍자의 열쇠이자 온갖 비밀스런 눈짓의 뿌리이기도 하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남녀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자연적 행동의 어떤 부분이 인간적 특성을 이루고 또 인간적 행동의 어떤 부분이 자연적 특성을 이루는지 알게 된다.” –칼 마르크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성에 대해 투명하게 얘기하면 불경스럽다고 치부됩니다. 많은 지식인들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성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인들은 또 성에 대해 짐짓 박사인 체하지만, 성지식에 대해서 ‘F 학점’입니다. 성생활을 소유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일쑤이며 따라서 성생활 횟수가 적고 침실에서는 서툴기 그지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성이 그늘 속에 묻혀있기 때문 아닐까요?. 서구도 1960, 70년대까지 성 담론이 금기의 영역이었지만, 성 담론에서 금기의 영역을 없애나가자 다른 영역의 담론까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는 속삭닷컴과 바디로닷컴을 운영하면서 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비합리성을 확인하곤 합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몇 가지 질문이 있는데 우문일 따름인지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①왜 성 지식은 묻어둬야 할까?=우리나라 검색포털에서 웬만한 성 지식은 검색조차 안 됩니다. 검색포털에서 콘돔, 자위 등을 검색하면 청소년들은 볼 수가 없지요. 정부가 성 정보 검색을 막아야 성범죄가 준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청소년 때부터 성 정보를 차단해야 성적으로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성=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②왜 온라인 성생활용품 쇼핑몰은 전체가 ‘19금’일까?=인터넷에서 해외 성생활용품 사이트는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성생활용품 웹사이트 lelo의 한국어판은 아무 제한 없이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성생활용품 사이트는 시시각각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에서 ‘자위기구≠음란물’이라는 판결까지 나왔는데,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럴까요?
 
③러브 돌은 실제와 비슷하면 수입이 안 되는 이유?=성생활용품 가운데 ‘러브 돌’이란 게 있습니다. 노총각, 홀아비 등의 애인 역할을 하는 인형이지요.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실제 사람과 크기나 모양이 다르면 수입이 허가되고, 거의 비슷하면 금지됩니다. 당연히 위 사진의 러브 돌은 수입이 금지되지요. 보수적 나라 영국이나 이웃나라 사회주의 국가 중국, 일본 등에서는 사람과 비슷한 러브 돌 만들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인체와 비슷하면 안 될까요?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④어른이 자위를 하면 변태? 청소년은 원천금지?=어른이 자위를 하면, 그것은 청소년이나 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에게 자위기구는 절대 접촉해서는 안 될 ‘음란물’입니다. 10대에 자위를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기능장애가 적다는 논문도 있는데, 왜 그럴까요?
 
⑤성 산업은 정부의 지원 금지 영역?=아시다시피 인터넷의 보급, 동영상의 발전 등에 성 콘텐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가상현실(VR),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미래 산업에서 성이 핵심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미래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에 ‘성’이라는 게 들어있으면 제외됩니다.
 
⑥성은 멀리하고, 아기는 낳아라!=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은 물론이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저출산 문제와 섹스 기피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성 장려 산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요 검색포털에서 성 정보의 검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성생활용품 쇼핑물은 아예 검색이 안 됩니다. ‘19금’ 검색조차 안 됩니다.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에서도 성생활용품 판매 이벤트는 안 됩니다.
 
⑦누가 성 정책을 만들까?=우리나라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 성 규제부처가 참 많습니다. 저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성 관련 기사나 칼럼을 가장 많이 쓴 언론인일 겁니다. 의학, 심리학, 철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수많은 성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성 정책 수립에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시대에 뒤떨어진 성 정책을 만들고 성과 관련한 심의를 할까요? 그 자리가 참 궁금합니다.

전 음란서생, 바디로는 음란 사이트인가요?

허허, 네이버에서는 ‘음란’이라는 말조차 연령별로 검색이 제한된다는 것을 방금 전에 알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기준으로는 제가 ‘음란서생’이고, 속삭닷컴과 바디로닷컴은 ‘음란 사이트’이네요.

합리적 담론이 통하는 나라에서는 성생활용품이 그야말로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도구일 따름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숨기고 막을까요? 일종의 콤플렉스일까요?

저희는 정당한 즐거움을 죄악시 않는 것이 건강한 문화라고 믿습니다. ‘바디로’를 둘러보시고, 우리는 어느 길로 가야할지 가르쳐 주시지 않겠습니까?

 

오늘의 음악

밥 딜런의 노래를 연거푸 소개해 드렸지요? 오늘은 밥 딜런하면 생각나는 두 가수의 음악 한 곡씩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존 바에즈의 절창 ‘Diamonds and Rust’입니다. 둘째 곡은 오늘 주제와 연결되는 노래입니다. 영미시선집에도 소개되는 교수 출신 가수,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명곡이죠. 억압적 성문화 속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한 낸시의 사연을 읊은 ‘Seems So Long Ago, Nancy’가 이어집니다.

♫ Diamonds and Rust [존 바에즈] [듣기]
♫ Nancy [레너드 코헨]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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