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자들은 왜 어려운 한자어를 좋아할까

[이성주의 건강편지]오열 등극 경악

어떤 기자들은 왜 어려운 한자어를 좋아할까

驚愕, 衝擊, 嗚咽, 登極, 捕捉, 極讚….
 
이들 한자를 모두 읽을 수가 있나요? 경악, 충격, 오열, 등극, 포착, 극찬이지요. 아마 20, 30대는 90% 이상이 절반도 못 읽을 겁니다. 이 낱말들을 모두 한자로 쓸 줄 아는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할 거고요.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뜻이 아주 세고, 요즘 인터넷신문에서 걸핏하면 기사 제목에 오른다는 겁니다.
 
주말에 인터넷 검색포털에 들어갔다가 이들 한자어 낱말들의 홍수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습니다. 왜 언론은 이토록 어렵고, 사람들이 평소 잘 안 쓰는 말들을 좋아할까요?

자극적 낱말로 ‘손님’을 끄는 경쟁 때문이겠지요. 기자들이 자극적 낱말에 중독돼 있고, 이 중독증이 대중에게도 시나브로 번진 듯합니다. 말이 자극적이고 경박하고 아무렇게나 쓰이니 사람들의 마음도 따라가는 듯합니다.

 
뜻이 잘못 쓰일 때도 많습니다. 오열은 ‘꺼이꺼이 목메어 우는 것’을 가리키는데 주르륵 눈물을 흘릴 때에도, 훌쩍거릴 때에도 누군가 울 때마다 ‘오열’을 붙이더군요. 등극은 원래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뜻하며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르는 것’으로 뜻이 넓어졌습니다. 그런데도 “○○○, 3위 등극”처럼 잘못 쓰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더군요.
 
인도 철학서 우파니샤드는 “말에 대해서 묵상하라”고 했습니다. 묵상(黙想)도 어려운 말이므로 ‘자신이 쓰는 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라’ 정도면 될까요?

현실에서 모든 낱말에 대해 고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기자는 최소한 자신의 글에서 평소 잘 안 쓰는 어려운 단어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뜻이 헷갈리면 사전을 찾아 확인하는 정성은 가져야겠지요. 가급적 어려운 한자어보다는 우리 낱말을 찾아서 쓰면 좋을 거고요. 이 정도의 정성도 싫다면 기자를 그만 둬야 하겠고요.

 
우리 낱말은 대체로 은은합니다. 맛깔납니다. 쉽고 명쾌합니다. 때로 옛사람들의 자취와 감정이 느껴지곤 합니다. 우리 민족과 닮았습니다. 배운 사람들이 보물을 가볍게 여기고, 뜻도 모르는 한자어, 외래어를 좇는 사이에 지금도 우리 낱말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은은하고, 깊게 만들어줄 낱말들이…. 어떡해야 할까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한 분, 한 분이라도 어렵고 자극적인 한자어 대신에 우리말을 찾아 쓰면 좋을 텐데….

말에 대한 현자들의 명언 10개

낱말뿐 아니라, 이를 포함해서 말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자신도 모르는 말들,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말들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동서양의 현자들은 말에 대해서 참 많은 말을 남겼습니다. 10개를 골라봤습니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지자불언언자부지(知者不言言者不知) -노자
○개가 잘 짖는다고 해서 좋은 개라고 할 수 없듯, 사람이 말을 잘 한다고 해서 현자라고 할 수 없다. 구불이선폐위량, 인불이선언위현(狗不以善吠爲良, 人不以善言爲賢) -장자
○군자는 행동으로 말하고, 소인은 혀로 말한다. 군자이행언, 소인이설언(君子以行言, 小人以舌言) -공자
○군자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군자치기언지과기행(君子恥其言之過其行) -공자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며 경청하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 -올리버 웬델 홈스
○말도 행동이고, 행동도 말의 일종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말이 있기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그대보다 나을 것이다. -사아디 무쓸라 알 딘(이란의 현자)
○현대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시련과 고통에는 나약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터프해 보이고 싶어서인지 다소 폭력적인 언어들을 사용하기를 좋아한다. -이외수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도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탈무드(유대인의 율법서)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말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듣는 자. -미드라시(유대인의 종교해석서)  

오늘의 음악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한 날, BBC와 더 타임스 등의 홈페이지에는 레드 제플린이 ‘Stairway to Heaven’표절 소송에서 이겼다는 기사도 보이더군요. 음악사에서 세계 최고의 헤비메탈 록 그룹으로 기록될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과 ‘Whole Lotta Love’가 이어집니다.

♫ Stairway to Heaven [레드 제플린] [듣기]
♫ Whole Lotta Love [레드 제플린]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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