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20년 뒤 무엇이 바뀌었나?



정확히 20년 전인 1995년 오늘 오후 5시 57분. 이용재 당시 동아일보 법조팀 기자는 기사 송고를 마치고 화장실에 갔다가 지퍼를 내리던 손으로 눈을 비벼야만 했습니다. 눈앞 창밖의 거대한 건물이 폭삭 무너져 버린 겁니다. 곧바로 신문사로 전화를 걸었지만 데스크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몇 분 뒤 TV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자막이 떴습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35년 만의 지방자치선거를 취재하고 돌아와 열흘 전 태어난 첫딸 얼굴을 보려고 휴가원을 쓰다가 포기하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이자 매출 규모로는 국내 최대였던 삼품백화점의 신화는 허망하게 무너졌습니다. 50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937명이 다친 최대 규모의 참사였습니다. 현장의 지하로 취재를 들어가니 백화점 종업원들의 시신이 마네킹처럼 콘크리트 철근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의 혼백이 저를 따라왔던 것인지, 보름 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시 빈 집에 귀가했을 때 구석에 하얀 사람 형체가 서 있더군요. 다가서니 서서히 흩어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전형적인 인재였습니다. 백화점 경영진이 돈만 좇아 안전을 무시한 결과였습니다. 성수대교가 붕괴해 생때같은 무학여고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 지 여덟 달 만에 압축성장의 신화가 또 무너져 버린 겁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돈이 생명과 안전보다 우위인 것에는 변함이 없네요. 유형물의 안전은 다소 강화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에 대해서 무방비라는 것, 공무원 세계에서 부패 대신 무사안일이 자리 잡은 것 등이 그때와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국가 시스템을 개조해야 할 지도자는 보이지 않고, 배금주의는 더 세 진 것 같아 암울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때에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11일, 13일, 17일 만에 각각 구조된 최명석, 유지환, 박승현 씨는 절망 속의 한 줄기 희미한 빛이었습니다. ‘생명의 기적’을 일으킨 이들이 ‘부모 세대’로 자랐지만, 아직 그 빛은 희미하기만 하네요. 대한민국은 기적을 일으킨 나라, 이제는 돈보다는 생명과 행복이 우선되는 사회로 승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10가지 생활수칙

①인사할 때에는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등의 뜻을 생각한다.
②매사에 “나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을 버린다.
③운전자도, 보행자도 교통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특히 스쿨 존 서행은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
④수학여행이나 대학생 행사, 기업연수 등 각종 행사 때 예상 가능한 위험요인을 체크하고 대책을 세운다. 특히 수학여행은 교육의 연장선이다. 안전교육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⑤학교와 학부모회, 회사, 아파트 주민회 등은 안전사고 매뉴얼을 갖춘다. 안전사고 매뉴얼을 만들 때에나 특정 행사를 열 때에는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습관을 들인다.
⑥운동할 때에는 코치의 도움을 받거나 규칙을 지킨다.
⑦기차, 지하철, 비행기 등에서 안전매뉴얼을 읽고 모르는 점은 승무원에게 묻는다.
⑧어린이나 청소년이 도움을 청하거나 위험에 빠진 낌새를 느끼면 외면하지 말고 적극 도와준다. 자신이 위험하다 싶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⑨시민이나 학부모 차원에서 주위의 위험요인은 적극 신고한다.
⑩가정에서 생명의 중요성과 안전에 대해 자주 대화한다.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제 86호 건강편지 ‘세월 호의 선장’ 참조>

오늘의 음악

마른장마가 계속 되네요. 요즘 같은 날에 어울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1악장 준비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베르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2003년 오늘 세상을 떠난 미국의 여배우 캐서린 햅번이 영화 《사랑의 노래》에서 슈만의 ‘꿈’을 연주합니다. 캐서린 햅번은 이 영화에서 슈만의 아내 클라라 역을 맡았지요.

♫ 전원 1악장 [레너드 번스타인] [듣기]
♫ 트라우메라이 [캐서린 햅번]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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