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피는 꽃은 왜 아름다운가?

[이성주의 건강편지]산유화 같은 스님

혼자 피는 꽃은 왜 아름다운가?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서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의 ‘산유화’ 전문
 
언젠가는 이 지독한 3월 한파도 눅지고, 산에는 꽃이 피겠지요. 왜 시인은 들판이 아니라, 꽃밭이 아니라 산에 핀 꽃을 노래했을까요?
 
산비탈 외로운 꽃이 떠오릅니다. 2010년 오늘 입적한 법정 스님이 떠오릅니다. 스님의 명저 《산에는 꽃이 피네》의 무거운 글자들이 사각사각 다가옵니다.

문득 돌아보니 혼자라고 두려워 마세요. 험난한 산, 아무도 밟지 않은 흙 위에, 바위 틈새에 새들을 벗 삼아 핀 꽃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동 트기 전 깜깜한 밤, 아직 보이지 않는 빛을 향해 타박타박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법정 스님이 남긴, 울림 큰 글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에서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산방한담> 중에서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친구사이의 만남에는 서로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상호간의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일 것이다. …(중략)…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시구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고독을 담은 음악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고독은 나의 친구”라고 노래한, 조르주 무스타끼의 ‘Ma Solitude(나의 고독)’입니다. 게오르그 잠피르와 제임스 라스트 악단의 ‘외로운 양치기’가 이어집니다.

♫ 나의 고독 [조르주 무스타키] [듣기]
♫ 외로운 양치기 [게오르그 잠피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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