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팔아 돈벌이하는 언론이 안전 말할 자격 있나?

[이성주의 건강편지]돌팔이 조력자 언론

건강 팔아 돈벌이하는 언론이 안전 말할 자격 있나?



묵은 신문을 정리하던 때, 섹션 하나가 툭 떨어졌습니다. ‘건강을 선물하세요’라는 제목의 섹션이었습니다. “어머니, 참으면 큰 병 돼요… 저랑 병원 가세요”라는 제목의 상자 기사가 제일 위에 자리 잡고 있더군요.

쭉 넘기며 훑어보다가 답답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14일자 건강편지,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특별기고에서 이 교수가 언급한 ‘청바지 장사꾼 식 병원’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14일 칼럼에서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언론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들의 장점과 밝은 면 위주로만 보도를 해 와서 이들이 널리 퍼지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이런 편파적인 보도만 하지 않아도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는데, 아예 대놓고 장삿속 보도를 하는 모습, 안타깝더군요.

언론도 수익을 내야 하므로 어느 정도의 장삿속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최소한 독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건강을 선물하세요’라는 미명 아래 검증되지 않은 상업적 치료를 권하는 것은 절대 해서 안될 일입니다. 신문 1면과 사설에서는 어른들의 장삿속 때문에 생명을 잃은 아이들을 위로하고 안전 시스템을 갖추자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한 푼 벌어보려고 독자의 생명과 건강을 내팽개치다니….

그러나 주위에는 세상을 건강하게 하려고 외로운 길을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 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서 황우석 사태의 내부 고발인, 류영준 강원대 의대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 교수는 “당시 줄기세포 동물실험에서 반 이상에서 암이 나타났는데도 임상시험을 강행하려고 해 고발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도 당시 ‘임상시험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까?’ 전전반측했는데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있던 신문사의 고위간부를 만났는데 “봐라, 황우석 박사가 맞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나?”고 해서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황우석 박사에게 미련이 있는 모양입니다. 최근에는 네이처의 기사를 왜곡보도해서 네이처가 황 박사의 컴백을 기대하고 있는 식으로 썼지요. 네이처는 한국 언론에 황당했던 것 같습니다. ‘황우석을 복권시키려 서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는데 이것은 또 보도되지 않더군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언론이 없습니다. 오히려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려는 듯합니다. 이춘성 교수는 14일 칼럼에서 ‘중구삭금(衆口鑠金),’ 즉 여러 사람의 말이 무쇠도 녹이듯, 여러 지성인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의료 사기꾼들이 활약할 무대는 넓습니다. 신문, 방송, 검색포털 등이 사기꾼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고 공무원과 법조계는 암묵적으로 협조하고 있지요. 그러나 류영준 같은 사람은 너무나 적습니다. 생명과 건강에 관한 지성인의 목소리는 너무 낮습니다.

언젠가는 중구삭금이 실현되겠지요? 진실의 힘은 거짓보다 강하기 때문에. 허나 진실이 결국 이기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겠기에 울가망합니다. 언론의 ‘사기 의료 보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될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장사꾼 의료 피해 줄이는 법

●언론에서 광고성으로 의심되는 보도는 99% 광고다. 광고비를 뽑으려고 무리한 치료를 권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눈길도 주지 않아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비용이 턱없이 비싼 치료는 받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의학으로 단시일 내에 고칠 수 없는 병의 획기적 치료를 주장하면 의료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광고를 많이 하는 의사, 운동선수나 유명 인사를 치료했다고 내세우는 의사는 일단 의심하라. 이들 의사는 신문의 특집 섹션, 특정 케이블 TV의 대담 프로그램에 자주 나온다.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유명인의 치유사례를 내세우며 홍보하는 곳은 열이면 아홉, 의료인이라기보다는 장사꾼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의학의 정설을 전면 부정하고 자신만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돌팔이의 단골메뉴는 ‘신비주의’와 ‘현대과학의 음모론’이다.
●외국 명문대 병원의 연수 실적을 내세우는 의사도 의심하라. 이들 병원의 초빙교수, 교환교수였다는 이력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 사기꾼은 자신의 치료법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근거를 물으면 특허, 비밀 등을 내세운다.
●의료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탄압하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벨상을 들먹이기도 한다.

<제 876호 건강편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진실과 관련한 음악 먼저 준비했습니다. 빌리 조엘의 ‘Honesty’입니다. 둘째 곡은 록웰의 ‘Knife’입니다. 마지막 곡은 밝은 음악입니다. 누가 연주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침의 자연음과 오케스트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에드바르 그리그의 ‘페르귄트’ 중 1번 ‘Morning Mood’입니다.

♫ Honesty [빌리 조엘] [듣기]
♫ Knife [록웰] [듣기]
♫ Morning Mood [그리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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