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법보다 넘어졌다 일어서는 법을 먼저 배워라


                                                                                           사진 MBC

눈망울과 눈시울이 뜨끈했습니다. 말을 잊었습니다. 종편TV에 등장한 모자를 보면서 전날 영화 《레미제라블》을 볼 때보다도 더 큰 감동이 뜨겁게 얼굴로, 온몸으로 밀려왔습니다.

올해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합격한 장애인수영 선수 김세진 군의 이야기였습니다. 15세에 최연소 합격의 기록을 세웠고 장애인특별전형이 아니라 일반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세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무릎 아래와 왼쪽 발이 없고 오른손은 엄지와 약지만 있는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였습니다. 뼈를 깎는 수술만 네 차례 받고 의족을 착용했지만 세상은 잔인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반 아이들이 우산으로 때리다가 성에 차지 않자 망치로 의족을 깨부쉈습니다. 세진이는 눈물을 흘리며 학교에서 집까지 300여m를 기어서 왔습니다. 의족이 붙었던 자리는 피범벅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세진이는 일기에 ‘나는 쓰레기통’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쓰레기통 옆은 항상 깨끗하다. 내가 아픔과 슬픔, 더러움을 가지고 내 옆엔 항상 깨끗한 희망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

이토록 의젓했던 세진이가 세계장애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당당히 명문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양정숙 씨(44)의 사랑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양 씨는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어릴 적부터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1998년 어느 날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포대기에 싸인 생후 18개월의 세진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6개월을 돌보다 남편과 딸을 설득해 세진이를 식구로 맞았습니다. 하지만 장애보다 더 무서운 장애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밥을 못 먹게 했습니다.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재수 없다”고 화를 냈습니다. 어떤 아이가 “괴물이다”며 도망치다가 넘어져 다치자 그 병원비를 물어야만 했습니다. 수영장에서 ‘병 옮긴다’고 윽박질러 어머니가 6시간 동안 청소를 한 적도 있습니다. 이웃들은 “결국 앵벌이를 시키려고 입양한 것‘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남편은 결국 이런 양 씨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별의 길을 택했습니다. 양 씨는 졸지에 혼자가 돼 딸과 아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낮에는 식당에서 일했습니다. 베이비시터, 세차, 건물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새벽에는 대리운전을 했습니다.

세진이와 6살 터울의 누나 은아가 중1 때 자퇴를 하고 어머니를 도왔습니다. 차가운 길바닥을 기어온 동생을 부둥켜안고 피울음을 토한 직후였습니다. 등굣길에서 버스정류장에 있는 시각장애인을 돕다가 지각했더니 도덕 교사로부터 “공부도 못하는 게 시간도 많다”는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은아는 곧바로 자퇴하고 어머니와 동생을 도우며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해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세진이는 학교폭력과 왕따를 피해 학교를 다섯 차례나 옮겨야만 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는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고로 사망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습니다. 중학교에선 체육시간에 축구 드리블 시험을 치르게 하고, 김 군에게 0점을 줬습니다.

그러나 세진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9세 때 5㎞ 마라톤을 완주했고 미국 로키 산맥(3870m)에 올랐습니다. 12세 때에는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19살 미만 부문 접영 50m, 자유형 150m, 개인혼영 200m 금메달을 휩쓸었습니다. 같은 해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10㎞를 완주했고 이때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장애인 야학시설에 기증했습니다.

세진이는 중1 때 학교를 자퇴하고 오전에는 수영, 오후에는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려고 맹훈련했지만 행정상의 문제로 출전이 좌절됐습니다. 그러나 낙담하는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9개월 동안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잇달아 합격한 뒤 “내친김에 대학에도 지원해 보자”는 마음에 성균관대 수시모집에 원서를 냈다가 합격한 것이지요.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을 아직 몰랐던 무지가 부끄럽습니다. 초등학교 검정교과서에도 소개됐고 2009년 한국스카우트연명이 ‘대한민국을 이끌 4명의 청소년 영웅(Young Hero)’으로 선정됐다는데….

양 씨는 세진이에게 의족을 채우고 걸음걸이를 가르치면서 매트를 깔아놓고 계속 넘어뜨렸습니다. 아들이 겨우겨우 일어서면 넘어뜨리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세진이가 세상의 편견과 역경을 이긴 힘이 되었겠지요? 세진이의 가슴에서 언제까지나 울릴 어머니의 목소리는…

“일어나라! 네가 걷는 법을 알아도 넘어져서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면 다시 걸을 수가 없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넘어지면 꿋꿋이 일어나라!”

세상의 편견을 이긴 모자의 모습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나 할까요?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 마음이 고양(高揚) 과정을 거치면서 정화된다고 합니다. 정신이 건강해지는 것이지요. 12세였던 2009년 세진 군이 청소년 영웅으로 선정되고 찍은 동영상을 보시며 고양을 경험하시기를….

건강편지 함께 만들어갑니다

2013년 1월부터는 건강편지와 코메디닷컴 뉴스레터에 대해 고견을 보내주신 분들의 의견을 매주 한 번씩 추려서 이 자리에 소개합니다. 매주 의견이 채택된 분들에게는 작은 선물도 드립니다. 코메디닷컴은 여러분이 함께 만드는 건강 마당입니다. 생각나는 것에 대해 이메일에서 직접 답신을 하거나 kormedi@kormedi.com으로 의견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코메디닷컴의 ‘이성주의 건강편지’ 코너에서 직접 댓글을 다셔도 됩니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좌절을 이긴 가수의 음악들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훌리오 이글리시아스의 ‘Hey’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법대 출신의 수재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로 활약하다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었지요.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받은 기타로 가수가 됐고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냈지요. 둘째 곡은 시각장애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의 ‘Feliz Navidad(Merry Christmas)’입니다. 셋째 곡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 ‘거리의 악사’를 토마스 크바스토프가 노래합니다. 마지막 곡은 ‘한국의 스티비 원더’ 이용복이 부릅니다. ‘어린 시절.’

♫ Hey [훌리오 이글리시아스] [듣기]
♫ Feliz Navidad [호세 펠리치아노] [듣기]
♫ 거리의 악사 [토마스 크바스토프] [듣기]
♫ 어린 시절 [이용복]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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