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고약한 짓하면 영구 제명된다



여름과 가을이 몸을 섞는 듯, 변덕 심한 날씨도 잠깐, 남쪽에서 태풍이 천천히 힘을 모으며 올라오고 있습니다. 16호 태풍 ‘산바’입니다.

태풍이라는 게 신출기묘해서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기상청은 12일 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16~18일 한반도가 영향권 아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보했습니다. 엄청나게 겁을 줬던 15호 ‘볼라벤’이나 2007년 큰 피해를 입혔던 ‘나리’와 엇비슷한 규모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볼라벤은 커피 재배지로 유명한, 라오스의 고원 이름이지요. 산바는 마카오의 지명이고요.

원래 태풍의 이름은 호주의 예보관들이 정했다지요? 대체로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붙여서 “○○○가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꿈틀꿈틀 재난을 일으키려고 합니다”는 식으로 예보했다네요.

그러다가 1953년 미국태풍합동경보센터가 공식적으로 태풍의 이름을 붙였는데, 예보관의 아내나 애인의 애칭을 사용했습니다. 영어 이름에는 애칭이 있지요. 지미 카터의 ‘지미’는 ‘제임스’, 빌 클린턴의 ‘빌’은 ‘윌리엄’, 밥 딜런의 ‘밥’은 ‘로버트’의 애칭입니다. 태풍에 사용한 여자 이름을 보면 베티, 리즈, 베시 등은 엘리자베스의 애칭이고 매기는 마가레트, 비키는 빅토리아의 애칭이지요.

2000년부터는 태풍에 아시아 각국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아시아태풍위원회가 아시아, 태평양의 14개국에게 태풍 이름을 제출토록 했고 이것을 순서대로 사용하고 있지요. 한 나라가 10개씩 제출했고 태풍이 매년 30개 정도 발생하므로 4~5년마다 차례가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각각 따로 이름을 제출해 태풍의 한글 이름은 20개입니다.

태풍도 고약한 성질을 부리면 제명당합니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나비는 2005년 일본과 한반도를 맹폭한 뒤 일본의 요청에 의해 명단에서 빠졌고, 그 자리를 ‘독수리’로 채웠습니다. 북한이 제출한 ‘매미’는 2003년 한반도를 할퀴고 간 뒤 우리나라의 요청에 따라 영구 제명됐지요. 매미를 대신한 이름은 ‘무지개’입니다.

산바가 태풍 명단에서 삭제되는 일이 없기를 빌지만, 어쨌든 오늘부터 태풍의 전령인양 비가 내립니다. 산바는 주말에 한반도를 할퀼 가능성이 큽니다. 야외 활동은 삼가시고, 만사불여튼튼, 안전대책 잘 세우시길 빕니다. 가급적 추석 벌초는 미루시고요. 안전한 집안에서 가족의 얼굴 사이, 책과 대화로 채우는 주말이 되기를….

태풍 피해 줄이는 12가지 방법

①라디오, TV 등의 기상예보와 태풍상황을 주시한다.
②집 안팎에서 전기제품 수리를 하지 않는다.
③가로등, 위험 축대, 고압선, 공사판 근처에 가지 않는다.
④천둥 번개가 칠 때에는 낮은 지역 또는 건물 안으로 피한다.
⑤어린이나 노인은 외출을 삼간다.
⑥회사원은 술자리를 취소하고 일찍 귀가한다.
⑦노상이나 둔치에 주차한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
⑧승용차는 감속운행한다.
⑨물에 잠긴 도로로 걸어가거나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는다.
⑩산간계곡의 야영객은 즉시 대피한다.
⑪전봇대가 넘어져있거나 전선이 끊어져 있으면 즉시 ‘123번’으로 신고한다.
⑫문과 창문을 꼭 닫는다. 창문에 신문지를 테이프로 붙이고 그 위에 물을 뿌리면 창문이 깨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틈틈이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을 잊지 말 것.

오늘의 음악

월요일에 가수 최헌을 잃었습니다. 비 소식 들리는 오늘과 어울리는 고인의 노래 ‘가을비 우산 속’을 준비했습니다. 고인의 번안곡으로 유명한 ‘카사블랑카’를 버티 허긴스의 음성으로 듣겠습니다. 태풍 ‘매미’를 대신한 이름 ‘무지개’ 노래를 마지막으로 준비했습니다. 레인보우의 ‘Catch the Rainbow’입니다.

♫ 가을비 우산 속 [최헌] [듣기]
♫ 카사블랑카 [버티 허긴스] [듣기]
♫ Catch the Rainbow [레인보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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