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아버지가 독사과를 베어 먹고 숨진 까닭은?

[이성주의 건강편지]사과를 먹고 죽은 천재

컴퓨터의 아버지가 독사과를 베어 먹고 숨진 까닭은?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모리스 드니는 세 개의 사과가 인류를 움직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브의 사과’는 역사가 아니라 성경의 내용이므로, 역사적 인물 가운데 사과와 관련한 위인 세 명을 고른다면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나 독사과를 먹고 자살한, 컴퓨터의 발명가 앨런 튜링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로고로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를 선택한 것이 튜링을 기리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1954년 오늘은 그 천재, 튜링이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 먹고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튜링은 한 동안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소개된 ‘에니악’보다 2년3개월 앞선 세계 첫 컴퓨터 ‘콜로서스’를 개발한 과학자입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암호 시스템 ‘에니그마(Enigma, 수수께끼란 뜻)’를 해독하기 위해 자신의 수학이론에 따라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영국은 전후 이 사실을 일급비밀로 분류해서 숨겼습니다. 1975년 독일의 암호를 해독해서 전술에 이용한 ‘울트라 작전’과 콜로서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튜링도 컴퓨터 이론가에서 ‘컴퓨터의 아버지’로 격상됐습니다.

튜링은 공립학교인 셰르본느 스쿨 출신인데, 당시 교장은 “어떤 학교나 공동체에서 문제가 될 위험이 있는, 사회성이 아주 부족한 소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튜링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수학을 통해 컴퓨터의 이론적 틀을 마련했습니다. 폰 노이만 교수가 그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서 공동연구를 제안했지만, 전쟁에 휘말린 고국으로 되돌아가서 역사의 기념비를 세우지요. 콜로서스(아래 사진) 덕분에 연합군은 독일이 연합군 상륙지를 칼레로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과감히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칩니다.



세계대전 이후 튜링은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연산 뿐 아니라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의 개발을 꾀합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삶은 나락으로 빠집니다. 튜링은 셰르본느 스쿨 시절 한 학년 위의 친구의 따스한 우정으로 ‘왕따’를 극복했는데, 그 친구가 18세에 갑자기 죽는 바람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남성에 대한 그리움으로 발전했고 동성애의 씨앗이 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튜링은 체포됐고 법원은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 형을 선고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약물을 투여 받지만 가슴이 커지고 발기력이 떨어지면서 우울증이 왔습니다. 그는 자살을 선택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는 나를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순수한 여성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는 메모를 남기고 말입니다. 동화 속 백설공주처럼 독사과를 한 입 베어 먹고, 눈을 감습니다.

우리가 오늘도 편히 쓰고 있는 컴퓨터에는 이런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현재 허리우드에서는 앨런 튜링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 중인데 주인공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합니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튜링이 일찍 죽지 않았다면 PC의 발전이 훨씬 빨랐을 것이고, 잡스의 애플이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침, 2010년 오늘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를 세상에 선보인 날이네요.

천재들의 생명이 숨어있는 이 컴퓨터, 소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C나 스마트폰, 지적으로도, 지성을 망치도록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 튜링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컴퓨터를 가장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천재가 덜 억울하게 말입니다.

세상의 평판을 이긴 천재들 이야기


몇 번 소개했지만 기분이 좋은 사례들, 이번에도 또 소개합니다. 언젠가 72세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모지스 할머니를 소개한 적이 있지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꿈을 펼치십시오. 여러분 모두 천재일지 모릅니다.

●앨런 튜링=셰르본느 스쿨 교장이 “어떤 학교나 공동체에서 문제가 될 위험이 있는, 사회성이 아주 부족한 소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국 블레츨리 공원의 비밀연구소에서 일군의 과학자들을 이끌고 컴퓨터를 통한 암호해독 시스템을 구축,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다.
●프레드 스미스=예일대 경영학과 학생 때 ‘1일 배달 서비스’에 관한 리포트를 썼다. 교수는 “개념은 재미있고 리포트의 구성은 좋지만 C학점 이상을 받으려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운송회사 ‘페덱스(FedEx) 사’를 설립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0세 때 뮌헨의 교장이 “너는 절대 나중에 어른 구실을 못할 것”이라고 가혹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세계관을 바꿨다.
●스티브 잡스=아타리와 휴렛팩커드로부터 입사를 거부당했다. 휴렛팩커드의 인사 담당자는 “헤이,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 없어. 당신은 아직 전문대학도 나오지 않았잖아”라고 조롱했다. 그는 애플사를 설립해 세계 최초의 상용 PC를 내놓았으며 시력과 역경을 딛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IT업계의 신(神)’으로 추앙받았다.
●마이클 조던=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 팀에서 탈락했다.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농구선수로 등극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어린 시절 음악 선생은 “작곡가로서의 재능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그를 악성(樂聖)으로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월트 디즈니=캔사스 시에서 만화를 그릴 때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므로 신문 편집자로 일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토머스 에디슨=교사가 “너무 바보 같아서 가르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만 1093개의 특허를 받았으며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꾼 발명가였다. 비록 자기 못지않은 천재 니콜라 테슬라를 끝까지 괴롭힌 죄를 졌지만.
●비틀스=1962년 음반회사 데카 사는 “당신의 음악과 기타 연주 스타일이 싫다”며 음반 취입을 거절했다. 이 그룹은 70년대 세계 문화 코드가 됐다.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찰스 C 만즈, 크리스토퍼 P 넥 공저) 등 참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는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입니다. 둘째 곡은 과학자 얘기를 한 만큼, 영국의 록그룹 콜드플레이의 라이브로 ‘The Scientist’ 듣겠습니다. 셋째 곡은 오늘 편지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약한 마이클 크레투가 이끈 ‘Enigma’의 ‘Sadeness’입니다.

♫ 사랑의 슬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듣기]
♫ The Scientist [콜드플레이] [듣기]
♫ Sadeness [이니그마]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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