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디 메뉴인처럼 누군가 장점을 볼 수 있기를

[이성주의 건강편지]깊고 넓은 음악가

예후디 메뉴인처럼 누군가 장점을 볼 수 있기를



1994년 늦가을, 첫애를 가져 배가 불러오는 아내와 세종문화회관에 갔습니다. 영국 로열필하모닉의 연주회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음악에 대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를 정도’로 무식해서, 지휘자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4년 5개월 뒤인 99년 오늘(3월 12일) 세상을 떠난 ‘20세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었습니다.

메뉴인이 13살 때 연주를 마치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와서 ‘신동’을 껴안고는 “이제 천국에 하나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Now I know there is a God in heaven)!”고 감탄사를 토해낸 것은 유명한 일화이지요. 아인슈타인은 과학자로서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다가 10대 꼬마의 음악을 듣고 의심을 떨친 것입니다.

메뉴인의 삶은 상식에 뿌리박은 용기 때문에 더욱 더 빛납니다. 그는 러시아계 유대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대인이 ‘원수’ 독일인과 협연을 한다면 비난과 야유를 각오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치 협력자라는 이유로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직에서 쫓겨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협연을 강행합니다. 그는 “푸르트벵글러가 겉으로는 히틀러에 협력했는지 몰라도, 베를린 필의 유대인 단원 30여명을 무사히 해외로 도피시킨 공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푸르트벵글러도 살렸고, 인류에 아름다운 음악을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일부 음악 비평가들은 메뉴인이 신동으로서의 자질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중년 이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기교는 정체했을지 몰라도, 그 음악에는 따뜻한 인품이 녹아있어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을 선사합니다. 메뉴인은 인생 후반기에 특히 지휘자로서 큰 업적을 남깁니다. 그는 “바이올린은 혼자서 소리를 만들어내지만 지휘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서 만들어 내는 음악이기에 더욱 매혹적”이라고 말합니다.

메뉴인의 기일에 사람의 장점을 보는 건강함에 대해서 생각하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지요. 셋이 함께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 배울 게 있게 마련입니다. 남의 단점을 찾아내 비난하는 것이 정의(正義)로 여겨지고 있지만, 글쎄요? 정신의학에서는 편을 갈라서 반대편을 비난만 하는 것을 정신의 미성숙한 도피기제로 봅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오히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는 것이 더 큰 용기가 아닐까요?

오늘은 주위를 둘러보시고, 누군가의 장점을 떠올려보세요. 그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가슴의 폭이 넓어지겠지요? 메뉴인의 음악을 들으시며, 여러분, 마음을 넓혀보세요. 저도 따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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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오늘은 메뉴인의 음악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째 곡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협연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입니다. 둘째 곡은 또 다른 거장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협연한 바흐의 2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셋째 곡은 런던심포니와 협연으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이어서 1948년 오늘 태어난 제임스 테일러의 ‘Handy Man’을 준비했습니다. Handy Man은 영화 ‘홍반장’의 주인공처럼 무엇이든 뚝닥뚝닥 잘 고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노래에서는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잘 고치겠다는 뜻이고요.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김민기, 양병집과 함께 ‘3대 저항가수’로 불린 한대수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대표곡 ‘물 좀 주소’ 준비했습니다.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메뉴인 & 푸르트벵글러] [듣기]
♫ 2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메뉴인 & 오이스트라흐] [듣기]
♫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예후디 메뉴인] [듣기]
♫ Handy Man [제임스 테일러] [듣기]
♫ 물 좀 주소 [한대수]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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