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니니가 악보를 통째로 외워야 했던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20세기 최고의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악보를 통째로 외워야 했던 까닭?


1888년 6월 30일 저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에서 온 로시 오페라극단 오케스트라가 베르디의 ‘아이다’ 공연을 앞두고 야유에 휩싸였습니다.

막이 오르기 전 브라질 지휘자가 악단과 마찰을 일으켜 지휘봉을 던져버려 부지휘자가 지휘대에 오르자, 청중이 “이탈리아인들이 브라질 음악가를 내쫓았다”고 항의한 겁니다. 부지휘자는 야유를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고, 합창단 지휘자가 대신 지휘봉을 잡았지만 똑같은 신세가 됐습니다.

이때 단원들이 19세의 첼리스트를 대타로 추천합니다. 청중의 야유가 계속 됐지만 이 젊은이는 바위처럼 지휘대를 지켰습니다. 그는 ‘발칙하게도’ 악보를 덮고 평소 암기한 악보를 떠올리며 대곡 ‘아이다’를 완벽히 지휘했습니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마에스트로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의 극적인 사례라고나 할까요? 20세기를 대표했던 지휘자 아르투르 토스카니니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던 순간이었습니다.

토스카니니는 가난한 바람둥이 재봉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의 입맞춤 한 번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자랐습니다. 게다가 악보가 잘 안보이는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여러 자료에서 약시로 나와있는데, 의학적으로는 가성근시(성장기에 일시적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것) 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는 무릎 꿇지 않았고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보면대 위의 총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자 악보를 통째로 외우며 맞섰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작곡가의 의중과 악보에 충실한 지휘자로 유명합니다. 오늘날 당연시되는 공연 매너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는 평생 열정 넘치는 젊은 노인으로 살았습니다. 80대 초반에 한 파티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리다가 60대 후반의 노인들을 가리키며 “저 늙은이들이 떠나면 우리끼리 신나게 놀아보자”고 말해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열정이 꼭 좋다고만은 할 수가 없는 걸까요? 그는 그 무렵 “나는 나이로는 분명 노인인데 어째서 신은 17세 소년의 피로 나를 괴롭히는 걸까?”라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토스카니니는 1954년 4월 4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NBC 교향악단을 이끌고 ‘탄호이저’ 서곡을 연주하던 도중 30초 동안 지휘봉을 멈췄습니다. 잠깐 의식을 잃은 것이죠. 그는 이날 이후 지휘봉을 다시 잡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년 뒤 오늘(1월 16일) 자택에서 천상으로 떠났지요. 89세. 사인은 뇌졸중이었습니다. 이전의 의식장애도 이 때문에 온 것이고요.

오늘은 토스카니니의 기일이지만 어인 일인지 단원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한, 비장한 노지휘자의 모습보다는 어렸을 때 이를 악 물고 악보를 또르르 외었을 그 장한 모습이 떠오르네요. 하늘은 결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내려주시지 않는다는 격언도.

주위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을 살펴보면 시련은 사람을 키운다는 말, 맞는 듯 합니다. 날씨가 매서울수록 열매는 달콤하지요. 시련이 클수록 성공의 크기도 큽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결코 무릎 꿇지 말고, 시련과 난관을 고맙고 소중하게 여기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뇌중풍의 예방과 대책


토스카니니가 세상을 등진 겨울은 뇌졸중 사망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추위에 뇌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뇌중풍이 의심되는 분은 머리 체온을 유지하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누군가 쓰러지면

①누군가 머리를 잡고 쓰러지면 119로 전화해 최대한 빨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긴다.
②119를 기다릴 때에는 환자를 편하게 눕히고 허리끈이나 넥타이, 단추 등을 풀어주고 낮은 베개를 어깨와 목에 걸쳐 넣어 숨길을 확보한다.
③머리는 심장보다 약간 높게 하고 마비가 있다면 마비된 쪽이 위로 오도록 옆으로 눕힌 다음 방석, 베개 등으로 몸이 젖혀지지 않도록 고정한다.

▶예방을 위해

①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환자는 뇌졸중에 취약하므로 혈압계를 집에 놔두고 수시로 혈압을 재며 신경 쓴다.
②이들 고위험군 환자는 가급적 매년 뇌혈관 검사를 받는다. 주위에서 응급상황에 갈 수 있는 병원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다.
③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면 이를 클립으로 묶는 수술을 받는다.
④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매주 3일 이상 운동하며 음식을 골고루 적게 먹는 일반 건강수칙을 지킨다.
⑤고혈압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와 과로, 비만 때문에 고민이라면 아스피린을 하루 한 알 복용한다.

<제 366호 건강편지 ‘김흥기를 보내며’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음악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베토벤의 운명 제 1악장과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입니다. 모두 NBC방송국이 토스카니니를 위해 결성한 NBC교향악단이 연주합니다. 카리스마, 그야말로 전율을 일이키지요? 1956년 오늘 태어난 나이지리아 출신의 가수 샤데이의 ‘Smooth Operator’가 이어집니다.

♫ 운명 1악장 [NBC 교향악단] [듣기]
♫ 운명의 힘 서곡 [NBC 교향악단] [듣기]
♫ Smooth Operator [샤데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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