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간암 환자도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애간장 태우는 사람들

말기 간암 환자도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다

알고 계셨습니까? 어제는 간(肝)의 날이었습니다. 10월엔 간과 관련한 참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간은 예로부터 간담상조(肝膽相照, 아주 친한 사이), 간담초월(肝膽楚越, 가까이 있지만 서로 등을 지는 사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줏대가 없다), 애간장을 태우다(몹시 초조하고 안타까워서 속을 태우다) 등 고사성어(故事成語)와 속담(俗談)에 많이 인용된 장기였습니다. 늘 떠올리는 신체부위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간과 관련한 병은 참 많은 사람의 애간장을 태우고  끓여왔습니다. 그러나 하나씩 하나씩 풀리고 있습니다. B형 간염 백신이 개발돼 간염, 간경변증, 간암의 발병 위험이 줄었고 B형 간염 치료제가 잇따라 나와서 만성간염이 발병하면 ‘끝장’인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간암이 생겨도 초기라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내과적 방법이나 수술로 생명과 건강을 되찾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만성간염이 생기면 고통의 투병 끝에 하릴없이 세상을 떠야 했지요. 탁월한 치료제가 나왔지만 허가가 늦어지고 초기에 보험이 안 돼 보통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약을 처방받지 못해 애간장을 끓였습니다.

아마 요즘에는 말기 간암 환자들이 그렇게 애간장을 태우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의미 있게 연장시키는 약이 나왔지만 보험 혜택을 못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남편도 2년 전 말기 간암으로 진단돼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전장관이 남편의 병인데도 보험 적용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은 보험재정 때문일 겁니다.

남편의 처지를 생생히 지켜보면서도 ‘나라 곳간’을 생각해야 했던 그 안타까운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장관의 남편은 어떡하든 그 약을 처방받을 여유를 찾을 겁니다. 서민 환자들은 치료받고 싶어도 한 달 300만원이 넘는 약값 때문에 눈물만 삼켜야 합니다. 말기 간암 환자의 상당수가 한창 일할 나이인 40, 50대 가장입니다. 일을 그만 둔 상태여서 치료비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재 개발된 약이나 임상시험 중인 약이 간암을 획기적으로 완치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간암 환자도 다른 암 환자처럼 생명을 연장하고 고통을 줄이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희망을 품을 권리가 있습니다.

‘간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응답하며 “복지부가 말기 간암 치료제를 보험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곳간을 덜 비우고도 가난한 환자를 도울 방법은 분명 있을 겁니다. 이른 시간에 더 이상 ‘치료차별’로 애간장을 끓이고, 태우는 환자가 없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말기 간암 환자도 희망을 품고 암과 싸울 권리가 있습니다.

간암 희생을 줄이는 생활수칙

-간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한다. 특히,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 태어난 아기는 출산 직후 면역혈청글로불린과 함께 예방백신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 부적절한 성관계를 피한다.

– 주사바늘의 반복 사용을 피한다.

– 문신이나 피어싱을 피한다.

– 면도기나 칫솔을 나누어 쓰지 않는다.

-간염 환자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 만성 B, C형 간염환자, 항체가 음성인 30세 이상 남성 또는 40세 이상 여성은 4~6개월마다 혈액 또는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 술은 1회에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 이하로 마신다.

❍ 금연과 함께 간접흡연도 피한다.

❍ 건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 간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처방을 피한다.

-간암 환자의 생활수칙

❍ 간에 좋다는 약이나 음식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한다.

❍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단백질이 암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데 채식만 하면 간세포를 재생하는 단백질이 부족해지기 십상이다. 한 두 달만 단백질 섭취를 게을리 해도 복수가 차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음악가 2명의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떠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을 바렌보임의 연주, 3악장을 빌헬름 켐프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평생 간염과 싸운 로스트로포비치가 피아니스트 벤자민 브리튼과 함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연주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고엽’은 시각장애 성악가 안드리아 보첼리가 들려줍니다.

♫ 월광 소나타 1악장 [다니엘 바렌보임] [듣기]
♫ 월광 소나타 3악장 [빌헬름 켐프] [듣기]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로스트로포비치 & 브리튼] [듣기]
♫ 고엽 [안드리아 보첼리]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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