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봉준(琫準)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砲)들이 땅의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황동규의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삼남(三南), 충청 전라 경상도뿐 아니라 서울 경기 강원 온 세상이 눈밭입니다. 무식한 전봉준이 아니라 기독교에 유불선(儒佛仙)을 아우르고 인내천(人乃天)을 깨달은 유식한 최제우가 사도난정(邪道亂正)의 죄목으로 처형당한 오늘(1864년), 한학(漢學)을 배우다 기독교에 귀의해서 무실역행(務實力行)을 외친 식자(識者) 안창호가 병보석 중 세상을 떠난 오늘(1938년), 세상이 3월의 폭설(暴雪)에 덮였습니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의 장남인 황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시(詩)처럼 이 춘설(春雪)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눈길, 빙판길, 눈석임물에서 너무 빨리 가지 말고 조용히, 조용히 옆도 보고 뒤도 보고 역사도 되돌아보고 그 어떤 사람도 떠올려보라는 뜻일까요? 어쨌던 김수영의 시 ‘눈’처럼 오늘 오전까지 눈이 온다고 합니다. 조심, 조심 미끄러질라 조심하세요.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시지 마시고, 미끄러졌을 때 ‘손쓰지 못하는’ 일 없도록.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줄 건너 두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廢墟) 폐허(廢墟) 눈이 내릴까

눈길 낙상 부상 방지법

○장갑을 끼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외출한다.
○절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지 않는다.
○노인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꼭 필요하다면 속옷에 두툼한 누비바지를 입고 적절한 보호패드를 착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낙상에 대비해야 한다.
○미끄러져 특정 부위의 통증이 계속 되거나 움직일 수 없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차렷자세 때 손이 닿는 부위의 고관절이 골절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넘어진 뒤 머리를 부딪치고 나서 두통, 어지럼증, 집중장애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주위의 사람이 넘어져 의식을 잃고 있으면 가급적 빨리 119 구급차를 부른다.

오늘의 음악

1844년 오늘은 스페인의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파블로 사라사테가 태어난 날입니다. 그의 곡 중에 치고이너바이젠을 장영주, 사파테아도를 길 샤함이 연주합니다. 오늘은 눈 노래도 두 곡 준비했습니다. 레드 핫칠리 페퍼의 ‘Snow’와 아다모의 ‘Tombe la neige’입니다.

♫ 치고이너바이젠 [파블로 사라사테] [듣기]
♫ 사파테아도 [파블로 사라사테] [듣기]
♫ Snow [레드 핫 칠리 페퍼] [듣기]
♫ Tombe la neige [아다모]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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