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가시에 찔려 눈을 감는다고 믿었던 시인

[이성주의 건강편지]장미의 시인

장미 가시에 찔려 눈을 감는다고 믿었던 시인

어디가 이 꽃의 속에 대한
밖인가요? 그 어떤 아픔 위에
이런 아마(亞麻) 천이 내려왔나요?
이 우울을 모르고
활짝 핀 장미의
그 호수 속에 비치는 것은
어느 하늘인가요? 보세요.
어떻게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늘어져 있는가를, 떨리는 손길도
그것을 흩어버리지 못할 만큼
장미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네요. 그 많은 꽃들은
필 대로 피어
안에서 바깥으로 넘쳐 나지요.
갈수록 쨍쨍한 대낮 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온 여름을 한 칸 방(房)으로 만듭니다.
꿈속의 방으로 말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장미의 속’

1875년 오늘 ‘장미의 시인’ 릴케가 세상에서 첫 울음을 울었습니다. 조산아, 미숙아로 태어나 일곱 살 때까지 여자 옷을 입고 지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딸을 잊지 못해서 릴케를 여자아이처럼 키운 것이죠.

릴케는 육군유년학교와 육군고등실업학교 등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곳에서 열등생으로 공부하다가 그만 두고 프라하대, 뮌헨대, 베를린 대에서 예술, 문학, 철학, 법학을 공부합니다. 22살 때 ‘연상의 여인’ 루 살로메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며 시인의 토양을 닦았고 27세 때에는 조각가 로댕의 비서 역할을 맡으면서 사고의 지평을 넓힙니다.

그는 1923년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요양원에서 문병 온 독자에게 장미를 따주다 가시에 찔려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인(死因)은 백혈병이었습니다. 숨지기 얼마 전에 진단결과가 나왔지만 릴케는 자신이 장미꽃 가시의 희생양이 됐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아래와 같은 묘비명을 남기고 눈을 감았습니다. ‘장미의 시인’ 릴케는 그렇게 장미향기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백혈병 ABC

○백혈병은 희귀병?=흔한 병도 아니지만 희귀병도 아니다. 국내에서 환자가 1만5000~2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백혈병은 불치병?=아니다 60~80%가 치료된다. 특히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서 약 복용 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병’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양약품이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 다국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국제 의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백혈병의 증세는?=급성백혈병은 초기부터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잇몸이 붓는 증세, 고열, 피로감, 빈혈, 멍, 복통, 구역질, 구토 등이 나타난다. 만성백혈병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되면 급성백혈병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백혈병은 유전병?=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원인이지만 유전병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방사능 노출, 중금속 오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요즘에는 흡연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가 담배를 피우면 자녀에게서 백혈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장미 노래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미국 가수 린 앤더슨이 ‘Rose Garden’, 베트 미들러가 ‘The Rose’,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장밋빛 인생’, 러시아 국민가수 알라 푸가체바가 ‘백만 송이 장미’, 그리스의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가 ‘I Gave you rose water to drink’를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가 없는 노래. 80년대 인기그룹 다섯손가락이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을 들려줍니다.

♫ Rose Garden [린 앤더슨] [듣기]
♫ The Rose [베트 미들러] [듣기]
♫ Million Roses [알라 푸가체바] [듣기]
♫ I Gave you Rose water to drink [아그네스 발차] [듣기]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다섯손가락]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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