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품도 무시를 당할 때가 있다

중2인 딸이 아내에게 “아빠의 건강편지는 그날 죽은 사람 얘기가 많아서 우울하다”고 말했다던데, 오늘도 할 수 없이 망자에 대해 얘기해야겠습니다. 1893년 오늘(11월 6일) 세상을 떠난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에 관해서 말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한때 콜레라에 걸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강압에 의한 자살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 귀족의 조카와 동성애 관계를 맺다가 법률학교 동기생들로부터 ‘명예자살’을 권유받고 비소를 먹고 숨졌다는 것이죠.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제6번 비창과 발레곡 ‘백조의 호수’ 등의 숱한 명곡을 남겼지만 저는 특히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좋아합니다. 그는 러시아음악원 교수로 있을 때 이 탁월한 곡을 작곡하고 음악원 교장인 니콜라이 루빈시타인과 동료 교수 후베르트를 자신의 방에 초대해 이 곡을 직접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루빈시타인은 이 곡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격분해서 방을 뛰쳐나갔으며 루빈시타인이 뒤따라가서 몇 가지만 수정하면 자신이 초연을 맡겠다고 차이코프스키를 달랬습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단 한 개의 음표도 고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나중에 한스 폰 뵐로에게 이 곡의 초연을 의뢰했습니다. 뵐로는 이 곡의 성공을 확신했으며 미국 보스턴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루빈시타인은 차이코프스키와 이혼한 미류코바가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자 거부(巨富)인 폰 메크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폰 메크는 “절대 만나지 말고 만나서도 대화를 하지 말자”는 조건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후원자가 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직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창작을 하면서 폰 메크 부인과 1100여 통의 편지를 교환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눕니다.

15년간 편지로 사랑을 나누던 폰 메크 부인이 파산해서 더 이상 돈을 보낼 수 없다며 절연을 선언하자 차이코프스키는 우울증에 빠집니다. 죽기 직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저주받을 여자”를 되풀이해 말하다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루빈시타인은 차이코프스키를 진심으로 도우려고 한 사람이었지만 음악사에서는 명곡을 몰라본 음악가로 남게됐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들으시며 남을 평가하는 데에는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평가를 이긴 사람들의 얘기

●프레드 스미스=예일대 경영학과 학생 때 ‘1일 배달 서비스’에 관한 리포트를 썼다. 교수는 “개념은 재미있고 리포트의 구성은 좋지만 C학점 이상을 받으려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운송회사 ‘페덱스(FedEx) 사’를 설립했다.
●이재웅=Daum의 창업주로서 한 창업투자사에 당시 회사가치의 4배 투자를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그 창업투자사 사장은 거기에서 성이 차지 않았는지 어느 신문에 “어느 부도덕한 벤처창업자가 회사가치를 4배나 인정해달라고 했다”고 비난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 사장이 그때 투자했으면 100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토머스 에디슨=교사가 “너무 바보 같아서 가르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만 1093개의 특허를 받았으며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꾼 발명가였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0세 때 뮌헨의 교장이 “너는 절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가혹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세계관을 바꿨다.
●스티브 잡스=아타리와 휴렛팩커드로부터 입사를 거부당했다. 휴렛팩커드의 인사 담당자는 “헤이,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 없어. 당신은 아직 전문대학도 나오지 않았잖아”라고 조롱했다. 그는 애플사를 설립해 세계 최초의 PC를 내놓았으며 시력과 역경을 딛고 아이팟, 아이폰 등을 내놓으며 ‘IT업계의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마이클 조던=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농구선수로 등극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어린시절 음악 선생은 “작곡가로서의 재능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그를 악성(樂聖)으로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월트 디즈니=캔사스 시에서 만화를 그릴 때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므로 신문 편집자로 일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비틀스=1962년 음반회사 데카 사는 “당신의 음악과 기타 연주 스타일이 싫다”며 음반 취입을 거절했다. 이 그룹은 70년대 세계 문화 코드가 됐다.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찰스 C 만즈, 크리스토퍼 P 넥 공저) 등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몇 곡 준비했습니다. 피아노협주곡 제1번 1악장을 예프게니 키신이 18세 때 카라얀과 협연한 곡으로 듣고 3악장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로 감상하겠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베를린필이 ‘호두까기 인형’ 중 ‘꽃들의 왈츠’를 연주하고 아이작 스턴, 로스트로포비치, 호로비치의 세 대가가 ‘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를 들려줍니다. 1854년 오늘은 미국 행진곡의 아버지 존 필립 수자가 태어난 날입니다.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천둥 행진곡’과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이 이어집니다.

♫ 피아노협주곡 1-1 [차이코프스키] [듣기]
♫ 피아노협주곡 1-3 [차이코프스키] [듣기]
♫ 꽃들의 왈츠 [차이코프스키] [듣기]
♫ 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 [차이코프스키] [듣기]
♫ The Thunder March [존 필립 수자] [듣기]
♫ The Washington Post March [존 필립 수자]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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