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워하는 대상은 대체로 당신과 닮았습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축구전쟁의 패자

당신이 미워하는 대상은 대체로 당신과 닮았습니다

이런 걸 ‘옹이에 마디’라고 하죠? 쿠데타로 어수선한 나라에서 축구 때문에 2명이 사망하고 수 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온두라스 얘기입니다.

현재 2010년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코스타리카, 미국에 이어 3등을 달리고 있어 본선 진출 기대감으로 축구열기가 뜨거워져 있는 상태에서 수도 테구시갈파를 연고로 하는 두 팀 팬이 충돌해 2명이 숨진 것이죠.

온두라스는 41년 전 이맘때 이웃 엘살바도르와 그 유명한 ‘축구전쟁’을 벌인 바로 그 나라입니다. 두 나라는 멕시코월드컵대회 지역예선에서 피투성이의 응원전을 벌였습니다. 전쟁 발발 3일 뒤 미국의 아폴로 11호 달 탐사 중계를 보기 위해 잠시 쉬었다가 전쟁을 속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전쟁에서는 엘살바도르보다 온두라스의 피해가 더 컸습니다.

첫째, 엘살바도르가 탱크를 앞세워 침략하는 바람에 국토가 유린됐습니다. 둘째, 2000여명의 전사자를 낸 상태에서 주변국의 중재에 따라 휴전을 수락해야만 했습니다. 셋째, 축구에 패해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책에 두 나라가 단지 축구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고 기록돼 있지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축구가 도화선이 되기는 했지만 바탕에는 두 나라 국민 간의 앙금이 깔려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인은 1950년대부터 영토가 넓은 이웃 온두라스에 넘어가서 농사를 지으며 무단 거주했는데 69년 온두라스가 농지개혁을 하고 이들을 추방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입니다. 그 미움의 마음에 축구가 불을 지른 것이죠.

제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제 사상자를 낸 테구시갈파의 두 팀 팬이나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의 국민이나 모두 상대편과 자신을 전혀 다른 존재로 봤지만 그럴까요? 멀리 떨어진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미움은 서로 비슷한 사람 사이에서 생기기 쉬운 감정입니다. 정신분석학에서 미움은 누군가가 갖고 있는 열등감을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미움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에게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 보세요. 당신이 모르는 무의식의 갈등이 풀릴지도 모릅니다.

미움의 마음을 이기는 방법

●자의식이 세다고 생각하면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내게는 가장 소중하지만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되뇐다.
●미운 사람이 왜 미운지를 생각한다. 그 이유를 상대편 및 제3자의 처지에서 다시 생각한다.
●미운 사람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한다. 미운 사람의 장점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미운 이유가 나에게는 없는지 되돌아본다. 무의식이 억압한 ‘자아의 못난 부분’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열등감이 미움의 원인이라면 열등한 부분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본다. 대부분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미운 사람에게 자신의 열등한 부분에 대해 유머를 통해 말해 본다. “나 같은 추남이 잘 생긴 이 부장과 함께 일하게 돼 즐거워” 식으로.
●미운 사람과 대화할 때 울컥 성미가 치밀어 오르면 숨을 천천히 쉬며 호흡에 집중한다. 대체로 부모나 형제, 친구와 대화할 때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진다.
●특정인이 미운 것이 특정인 때문임이 명확하든지, 아무리 노력해도 미운 사람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오를 유지하면 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다.
<제 93호 건강편지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은 1856년 오늘 숨진 로버트 슈만의 음악 두 곡을 먼저 준비했습니다. ‘어린이 전경’ 중 7번째 곡 트로메라이(꿈)을 발렌티나 리시차, 환상곡 17번을 데 라로치가 연주합니다. 1953년 태어난 게디 리가 리드보컬과 기타를 맡은 그룹 러쉬의 ‘2112 Overture/The Temples of Syrinx’와 1968년 태어난 파보 로조넨이 첼로를 맡은 그룹 아포칼립티카의 ‘I Don’t Care’가 이어집니다. 마지막 노래는 화면이 다소 자극적이어서 19세 이하는 못보게 했습니다.

♫ 트로메라이 [발렌티나 리시차] [듣기]
♫ 환상곡 17번 [데 라로치] [듣기]
♫ 2112 Overture [러쉬] [듣기]
♫ I Don’t Care [아포칼립티카] [듣기]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