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날자꾸나 결핵이 없는 곳으로

[이성주의 건강편지]박제가 된 천재

날자, 날자꾸나 결핵이 없는 곳으로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로 시작해서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로 막을 내리는 소설 ‘날개’의 소설가이자 ‘권태’의 수필가, ‘오감도’와 ‘거울’의 시인 이상(李霜), 김해경이 1937년 오늘(4월 17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폐결핵으로 콜록콜록 피를 토하고 숨졌습니다. 경찰에 의해 거동수상자로 체포돼 돌보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조선의 천재’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저께 저녁에 약속장소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경남 거창이 고향인 기사 아저씨가 결핵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군대 말년에 축구를 하는데 숨이 차서 뛰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식은땀을 흘리다가 의식을 잃어 의무대에 옮겨졌는데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무시했어요. 제대 뒤 검은 가래가 나왔는데도 미루다가 각혈을 하고서야 병원에 찾아갔지요. 꼬박 3년 동안 약을 먹었습니다. 살은 10㎏이나 빠졌고요. 그런데 혹시 결핵에 걸리면 섹스에 미친다는 것 아세요?”

그 운전기사는 20년 전에 결핵을 앓았지만 지금도 주위에는 결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몇 년 전 신체검사 때 저도 모르게 결핵을 앓고 지나간 것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최고인 국가입니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환자가 생기고 2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지요.

결핵은 초기에 치료하면 6개월 정도 약을 먹으면 치료가 되지만, 약이 쓴데다 2, 3개월 복용하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끊는 것이 화근이 되곤 합니다. 이 경우 환자는 1년 반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요즘엔 20, 3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무리한 다이어트가 큰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의 5~15%에게서 발병하며 뇌, 척수, 뼈 등 신체의 모든 기관에 병을 일으키지만 대부분 폐결핵으로 진단됩니다. 결핵은 백신으로도 100% 예방이 불가능합니다. 결핵균이 평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숙주’의 체력이 떨어지면 기승을 부리므로 평소 적당한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는 이상의 기일에 맞춰 내놓은 전집에서 “이상의 시 매춘(買春)을 매춘(賣春)으로 멋대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젊음을 사고 싶다’는 원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핵에 지친 심신이 건강을 갈구했다는 것이죠. 이상의 기일에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2003년 오늘은 ‘황제다이어트’의 주창자 앳킨스가 숨진 날이기도 한데, 여성분들 무리한 다이어트 피하시고요!

결핵을 이길 결핵 상식

①BCG 예방접종을 받아도 결핵에 걸린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감염 위험이 다소나마 줄어들고 어린이가 결핵에 걸렸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②한 번 걸렸다 완치돼도 또 걸릴 수 있다. 면역력이 생겨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
③모든 결핵 환자가 주변에 전염시키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 시 아무런 증상 없이 X-레이에서 결핵이 발견됐다면 전염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증세가 있다면 전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자가 약을 복용한지 2~3주까지는 전염력이 강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약 복용 2~3주 뒤부터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이때엔 성생활을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
④결핵은 식기나 수건 등으로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전염된다.
⑤결핵 감염이 의심될 때 X-레이 촬영 결과 이상이 없어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후 발병할 수 있다. 결핵 감염이 의심되면 2년까지 6개월마다 X-레이를 찍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역시 결핵으로 숨진 쇼팽의 곡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피아노협주곡 1번과 발라드 3번을 크리스티앙 짐머만의 연주로 들어보시죠. 이어 제가 좋아하는 천재 가수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를 준비했습니다. 김정호도 ‘인생’이라는 앨범을 내고 얼마 뒤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 피아노협주곡 1번 1-1 [쇼팽] [듣기]
♫ 피아노협주곡 1번 1-2 [쇼팽] [듣기]
♫ 발라드 3번 [쇼팽] [듣기]
♫ 이름 모를 소녀 [김정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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