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기는데 계속 술? 인간광우병 증세 나타난다

지난해 봄 한반도의 밤을 촛불로 너울거리도록 불을 붙인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편에서 인간광우병 의심환자로 소개된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베르니케 뇌증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왔더군요. 베르니케 뇌증은 뇌에서 비타민 B1(티아민)이 부족해서 걸음, 안구운동, 의식 등에 장애가 생기는 병입니다.

빈슨의 사인(死因)이 중요한 것은 만약 그녀가 ‘인간 광우병’ 환자였다면 미국 내에서 쇠고기를 먹고 생긴 첫 환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인간 광우병 환자가 없다면 ‘미국 쇠고기=광우병 위험 쇠고기’라는 등식 자체에 설득력이 없게 되죠. 이전에 국내에서 ‘인간 광우병’ 의심 환자가 있었지만 부검을 통해 확인하지 못했던 때의 기억이 생생한 저로서는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 대다수가 기억하겠지만, 당시 저는 건강편지를 통해 미국쇠고기가 위험하다는 논리는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사에 10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짜 맞추기 보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당시 보도가 그럴 가능성이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가 옳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히면 다른 주요 사실들을 놓치고 엉뚱한 결론을 내릴 수가 있기에 기자는 늘 이런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과학 기사는 수렁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건강편지가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인 견지를 존중한다’며 격려의 글을 보내왔지만, 반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원색적인 욕을 얻어먹어야 했습니다.

그 무렵 미국의 지인이 “미국 언론은 대부분 위 절제 수술 후유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메일을 보내왔고, 전후관계와 증세를 종합하니 베르니케 뇌증으로 추정되더군요.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발표를 기다리다 보도시점을 놓쳤고, 코메디닷컴은 연말에 ‘술 조심’ 기사를 통해 이 사실을 간접 보도했습니다.그 기사를 찾아보니까 ‘올해 봄 인간광우병 환자로 의심받았던 아레사 빈슨 씨는 위절제술 뒤 비타민B1 결핍으로 일어난 베르니케 뇌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돼 있더군요. 이 기사 역시 건강편지 만큼이나 많은 욕을 받았답니다. 과학이 이 땅에서는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베르니케 뇌증은 미국에서는 비만 환자가 위 절제 수술 뒤 티아민 흡수가 방해받아 많이 생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 중독자에게서 자주 발생합니다. 뇌 측두엽에서 티아민의 부족으로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발병하는 것이죠. 이 병이 급성으로 나타났을 때 티아민을 보충하면 어느 정도 치료가 되지만 뇌세포가 무더기로 파괴되면 어쩔 도리가 없게 됩니다.

모주망태가 이 병의 증세에도 불구하고 술을 계속 마시면 코르사코프 뇌증으로 악화됩니다. 코르사코프 뇌증 환자는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고 횡설수설 거짓말을 합니다. 이 상태는 완치되기 힘들고 치매상태를 보이다가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애주가 중에 필름이 자주 끊기는 사람은 비타민B 복합제를 복용하거나 평소 채소를 듬뿍 먹어야 합니다. 티아민은 곡류, 달걀노른자, 콩에도 풍부합니다. 술을 끊고 적절히 운동하면 더 좋겠지요. 베르니케 뇌증은 지나친 다이어트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남성은 과음, 여성은 지나친 다이어트가 뇌를 파괴하는 것이죠. 빈슨처럼 그렇게 ‘인간광우병’과 비슷한 증세로 허망하게 숨져선 안되겠지요?

뇌를 건강하게 만들 비타민 섭취방법

비타민은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활동의 필수물질입니다. 비타민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데, ‘비타민 전도사’ 라이너스 폴링 박사의 가설에 따르면 사람도 처음에는 비타민을 합성했지만 과일과 채소를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게 되면서 그 능력을 잃게 됐다고 합니다. 술이나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은 티아민 부족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메디닷컴의 ‘비타민 센터’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시죠.

오늘의 음악

1915년 오늘 자신의 창법만큼이나 슬픈 삶을 살았던 재즈의 여왕 빌리 할리데이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노래 네 곡을 준비했습니다. 인종차별의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한 그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죠. “젊었을 때는 꽤나 빌리 할리데이를 들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멋진 가수인지를 정말 알게 된 것은 훨씬 훗날의 일이다. 그러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 I’m a fool to want you [빌리 할리데이] [듣기]
♫ Fine and Mellow [빌리 할리데이] [듣기]
♫ My Man [빌리 할리데이] [듣기]
♫ Lady sings the blues [빌리 할리데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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