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음악에 대한 생각

지난주 금요일, 왜 두 번 메일을 보냈지, 의아해 하는 분이 몇 분 계셨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전날 예프게니 키신의 공연을 보고 귀가해 2~3시간을 자고 새벽 4시 경에 회사로 향했습니다. 밀린 일을 처리하고 건강편지를 쓴 뒤 아내에게 데스크 좀 봐달라고 전화했습니다.

거기에는 마지막 앵콜곡이 베토벤의 터키행진곡으로 돼 있었는데 아내는 ‘베토벤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아니냐?’고 묻더군요. 그런데 제 귀에는 베토벤의 곡이 울리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우기자 아내도 ‘그런감? 내가 모차르트 것 더 좋아해서 착각했남?’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눈귀가 함께 밝은 ‘Vach’라는 분이 편지에 댓글을 달았더군요. 어제 마지막 앵콜곡은 모차르트 것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전날 상황을 더듬었더니 제가 착각을 한 것이더군요. 평소 키신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터키 행진곡 동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인지 기억이 기억을 속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즉시 편지를 한 통 더 보낸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면 이렇게 헷갈리지도 않았겠지요. 웬만한 음악광들은 음악의 소절 하나하나를 기억하니까 말입니다. 

음을 잘 기억하는 것은 천부적인 능력에다가 환경의 소산일 겁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음악교수였던 프레더릭 우슬리는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코를 푸는 소리는 ‘사’음, 바람 소리는 ‘라’음 등으로 절대음감을 가졌다고 하던데 이런 능력은 유전자에서 올까요, 아니면 엄마뱃속에서부터 음악을 가까이 하면 얻게 될까요? 대체로 아주 뛰어난 음악능력은 6세 이후에는 갖기 어렵다고 하니까, 자녀에게 어릴 적 음악을 가까이 하도록 하면 ‘행복 주머니’를 하나 선물하는 셈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음악적 재능이 없다고 열등한 것은 아니겠지요. ‘음악 서번트’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뇌의 다른 기능은 아주 부족하면서 음악 능력만 뛰어난 사람입니다. 특히 ‘윌리엄스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는 사람은 지적능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지만 연주는 잘 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특정한 음악만 들으면 간질발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음악마니아 중에서는 음악이 끊임없이 들려 괴로운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광고음악이나 음악의 어떤 소절이 끊임없이 귓전에 맴도는 ‘귓벌레 증상’이라는 병도 있습니다. 

이는 음악도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박자는 소뇌와 관계가 있고, 그래서 소뇌가 발달하지 못한 사람은 박자를 못 맞추는 음치가 되기 십상입니다. 음악에는 지성과 감성이 녹아있으므로 변연계, 전두엽 등과도 무관하지 않겠지요. 의학계에는 벼락을 맞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갑자기 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의 사례도 보고됐는데, 갑자기 뇌의 어느 부분인가가 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는 음을 잘 안다고 음악을 더 잘 즐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음치(音癡)에는 감각적으로 음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감각적 음치’와 알기는 하지만 노래를 못 부르는 ‘재생적 음치’가 있는데 둘 다 음악을 즐길 수가 있지요. 반면 오디오광 중 보통 사람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음의 차이 때문에 환희에 젖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들 중 정작 음악 자체는 별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담 없이 음악을 듣고, 이를 통해 행복을 얻으면 족하지 않을까요? 음악을 잘 들으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제가 여러분께 음악을 드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오늘도 제가 고른 음악이 여러분의 귀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으로 정신을 건강하게!

①정신적으로 힘들 때에는 아침에 왈츠나 밝은 재즈나 팝음악, 요들송 등 밝은 음악을 듣는다.
②저녁에 귀가해서는 가급적 기분에 맞는 음악부터 듣는다. 슬플 때에는 슬픈 곡, 기쁠 때에는 신나는 음악으로 마음을 푼다.
③우울할 때에는 애조를 띤 음악으로 기분을 동조시키고 차차 밝은 곡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통해 기분을 전환할 수도 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하이든의 ‘천지창조’,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야나체크의 ‘청춘’ 등이 해당.
④스탄 겟츠의 색소폰 음악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베토벤의 ‘전원’, 드뷔시의 ‘바다’ 등 은은한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심지어 혈압까지 낮춘다고 한다.
⑤베토벤 또는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이나 하이든의 ‘농담’ ‘종달새’, 드보르작의 ‘아메리카’, 요한 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경쾌하거나 부드러운 곡은 위장 장애를 비롯한 스트레스 병을 고치는 효과가 있다.
⑥이어폰을 통해서 보다는 가급적 스피커를 통해 듣는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통해 들을 때 난청 방지를 위해 1시간 이상 듣지 않는다.
⑦자신의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억지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연주로 준비했습니다. 베토벤과 바흐 재해석으로 유명한 글렌 굴드의 곡과 엄정화 주연의 영화제목으로 잘 알려진 블라드미르 호로비치의 것을 들으며 같은 곡을 이렇게 다르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보십시오. 이어서 음악을 주제로 한 팝송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 모차르트 터키행진곡 [글렌 굴드] [듣기]
♫ 모차르트 터키행진곡 [블라드미르 호로비치] [듣기]
♫ Thank you for the Music [아바] [듣기]
♫ Music [F R 데이비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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