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아기 위한 재단 설립을 도운 추기경

[이성주의 건강편지]추기경과 에이즈 아기

에이즈 아기 위한 재단 설립을 도운 추기경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하던 당신

다시 태어난다면
추기경이 아닌
평신도가 되고싶다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어제 경기 용인시 천주교성직자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간 김수환 추기경을 기린 법정 스님의 추모시입니다. 추기경의 뜻대로 사랑이 미움을 감싸안아 세상 곳곳의 미움이 녹게 되기를 빕니다.

추기경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했지만, 지난해 말 당신의 이름을 딴 실명 재단의 설립을 허락했습니다. 음성꽃동네를 설립한 오웅진 신부가 에이즈에 걸린 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만드는 ‘김수환 장학재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저는 기자 시절 에이즈에 걸린 채 태어난 소녀의 사연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총각 시절 딱 한 번 홍등가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를 거쳐 자신도 에이즈에 걸린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러나 친척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받았고 수도 없이 이사를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모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시댁 식구로부터 온갖 험담을 들으며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걸린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지만, 에이즈 환자는 손가락질 받고 음지로, 음지로 몰리고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에이즈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관리할 수 있는 병이 됐습니다. 혈액으로만 전염되기 때문에 옆에 있다고 꺼림칙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난 때문에 부모가 에이즈치료를 못받고 숨진 에이즈 고아들이 인류의 슬픔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에이즈 환자가 정부와 제약회사의 약값 신경전 때문에 특정한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관심 밖에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도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입니다. 지적 수준이 낮고 에이즈에 대해 모를수록 에이즈환자를 경원시하는 것처럼, 공부와 수양을 게을리 해서 세상에 대해 겉만 아는 사람들이 과격하게 남을 비난하기 쉽습니다. 반면 그릇이 클수록 사랑의 중독에 빠집니다. 추기경의 사랑이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에게 미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상식 5가지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에이즈에 강하다.
-유흥업의 성업에 비해 에이즈환자가 적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듯하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 다만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은 에이즈에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므로 한국인이 포경수술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에이즈에 덜 걸릴 가능성은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콘돔조직을 뚫으므로 콘돔만으로는 예방하지 못한다.
-HIV는 콘돔조직을 뚫고나가지 못한다. 찢어지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 에이즈에 걸린 파트너와 성행위를 하다 콘돔이 찢어졌다면 ‘예방적 치료’로 감염을 막을 수도 있다. ‘예방적 치료’는 의료인이 에이즈 환자에게 놓던 주사의 바늘에 찔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에이즈약을 미리 먹는 것이다.
●에이즈 환자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걸린다.
-No. 에이즈 바이러스는 모기의 몸 안에서 단백질로 분해된다.
●남편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임신했다면 아기도 에이즈에 걸린다.
-꼭 그렇지는 않다. 임신부가 에이즈약을 먹지 않으면 아기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약을 먹는다면 8%로 뚝 떨어진다.
●여성 환자가 남성을 전염시킬 확률이 남성이 여성을 전염시킬 확률보다 더 높다.
-그렇지 않다. 남성이 감염인일 때 여성에게 옮기는 확률이 반대일 경우보다 더 높다. 남녀 통틀어 감염인과 한번 성관계를 가져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0.1∼1% 정도다. 그러나 확률은 자신에게 해당되면 100%, 그렇지 않으면 0%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건전한 성생활이 우선이고, 콘돔 사용이 차선이다.
<제352호 ‘착한 슈베르트의 사인’ 참조> 

오늘의 음악

오늘 첫곡은 사랑에 대한 음악이어야겠죠? 프리츠 클라이슬러의 Liebesfreud(사랑의 기쁨)을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가 연주합니다. 두 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 장송곡’입니다. 셋째 곡은 1836년 오늘 세상을 떠난 프랑스 작곡가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 중 ‘꽃들의 이중창’입니다.안나 네트렙코와 엘리나 가란차가 부릅니다.

♫ 사랑의 기쁨 [클라이슬러] [듣기]
♫ 프리메이슨 장송곡 [모차르트] [듣기]
♫ 꽃들의 이중창 [들리브]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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