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의 구엘인가요

[이성주의 건강편지]친구여 친구여

당신은 누구의 구엘인가요

만약 한 사람이 지기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 간 뽕나무를 심고, 1년 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씩 물들인다면,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뒤, 여린 아내를 시켜 백 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아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놓고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엿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중>

요즘 푹 빠져 읽고 있는,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에서 접한 친구에 대한 글귀입니다. 참 지극한 우정(友情)이지요? 요즘 베개에 친구의 얼굴을 수놓아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하면 ‘간 큰 남자’ 취급을 받겠지만….
춘추시대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친구 종지기가 병사하자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의 우정이 이와 같을까요?

1852년 오늘(6월 25일) 태어난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게는 6살 연상인 에우제비오 구엘이 종지기와도 같은 친구였습니다.

구엘은 187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가우디가 만든, 스페인의 명품 브랜드 ‘곤잘로 코메야’의 장갑 진열대를 보고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는 가우디가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돕는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가우디는 구엘의 저택과 별장, 콜로니아 구엘 교회와 구엘 공원 등 인류의 유산을 짓습니다.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가끔 내 건축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구엘 당신과 나, 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당신의 건축물을 좋아하지 않아요. 오로지 존경합니다.”
저는 바르셀로나에 두 번 갔었는데, 처음에는 성(聖) 가족성당의 창조적 웅장함에 넋을 잃었고, 두 번째 여행 때 구엘공원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구엘공원에서 첫 방문 때보다 두 번째 여행 때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는 것만큼 보이기 때문이었을까요? 도리아식 기둥으로 받들고 있는 광장, 깨진 타일로 만든 형형색색의 벤치와 도룡뇽….

가우디와 구엘은 1906년 이후 이곳에서 함께 삽니다. 그러나 1918년 구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가우디는 한때 삶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지만, 일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것으로 슬픔을 극복합니다.
가우디는 성(聖) 가족 성당의 건축에 삶을 던집니다. 일꾼보다 더 남루한 차림으로 오로지 일에만 매달립니다. 그러다가 한밤중에 전차에 치였지만 택시기사들이 가우디를 노숙자로 알고 승차를 거부하는 탓에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숨졌습니다.


지난해 그의 죽음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파헤친 ‘가우디 임팩트’란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가우디는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르셀로나 곳곳에 위대한 삶의 흔적을 남기고….(가우디의 작품을 모아놓은 동영상을 감상하고 싶으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여러분에게 구엘은 누구인가요? 아니면 여러분은 누군가의 구엘인가요? 가우디의 탄생일에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오늘은 친구에게 전화라도 걸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위에서부터 카사 바틀로의 지붕, 카사 밀라의 지붕,  성 가족성당, 구엘공원의 벤치>

좋은 친구 사귀기 10계명

①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②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라.
③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라.
④사랑을 얻으려면 자존심을 버려라.
⑤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⑥말과 행동을 일치시켜라.
⑦겸손하되,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혀라.
⑧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솔직한 사람이 되어라.
⑨상대의 장점을 먼저 칭찬하고, 그 다음에 단점을 지적하라.
⑩(당신을) 원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사귀려고 애쓰지 마라.
<앤드류 매티스의 ‘친구는 돈보다 소중하다’에서>


오늘 생일을 맞은 가수들의 음악을 5곡 준비했습니다.
취향에 맞춰 들으시기 바랍니다.
1939년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선구자 무디 블루스의 베이스 주자 클린트 와르빅, 1945년은 칼리 사이먼, 1946년에는 킹 크림슨과 포리너의 멤버였던 이언 맥도날드, 1954년에는 록 그룹 토토의 작곡가였던 데이비드 페이치, 1963년에는 왬의 조지 마이클이 태어났습니다. 이들의 노래를 한 곡씩 준비했습니다. 엔돌핀 발전소에서는 킹 크림슨, 조지 마이클 등의 다른 노래도 즐길 수 있습니다.

▶Careless Whisper(조지 마이클)

▶Melancholy Man(무디 블루스)

▶Epitaph(킹 크림슨)

▶Hold the Line(토토)

▶You’re So Vain(칼리 사이먼)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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