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닮은 단풍

[이성주의 건강편지]단풍나무

삶을 닮은 단풍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죽여야겠다고
가을 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 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안도현의 ‘단풍나무 한 그루’ 전문>

바동바동 삶에 치여 가을이 다 지나가는 것도 못 봤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올해는 단풍 구경 갈 수 있겠지요?”하고 묻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단풍이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이제 올 가을 단풍 볼 날도 머지않았군요. 단풍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구경거리입니다. ‘단풍의 나라’ 캐나다의 메이플(Maple) 로드나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쉐난도 국립공원은 단풍철이면 행락객들이 물밀 듯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그 단풍도 내장산의 그 단풍만큼 아름답지는 않은 듯합니다.

단풍은 아시다시피 낙엽이 지기 전에 나무의 숨어있는 색소 성분이 나타나는 과정입니다. 나뭇잎은 자신을 떨어뜨리기 전에 나뭇잎 속에 있는 귀한 물질을 분해 시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엽록체의 초록색 때문에 보이지 않던 색소들이 드러나는 것이죠.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제 선배,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대기자가 단풍지도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단풍이 울긋불긋 떼 지어 남하하는 속도는 대략 하루 25㎞이어서 봄꽃의 북상 속도 하루 20㎞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김 기자는 봄은 엉금엉금 기어오고, 가을은 문득 왔다가 쏜살 같이 달아난다며 “20대 시간이 시속 20㎞라면 50대는 시속 50㎞”라고 어느 글에서 표현했습니다.

미국 코넬대 식물학과의 ‘단풍 박사’ 피터 데이비스 교수는 “단풍은 낮이 따뜻하고 밤은 추워 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선명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면 ‘아름다운 결실’로 승화되는 것도 사람의 삶과 참 비슷하군요.

한편 걱정입니다. 오늘 이 게으름이 ‘삶의 단풍철’을 흉하게 만들지 않을지. 올 주말에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삶의 매무새를 다듬어야겠습니다.

단풍 산행 건강 조심하세요

올 주말 한반도 남쪽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룹니다. 내장산, 선운산 등에는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이월꽃보다 더 붉다’고 표현한 그 단풍을 완상(玩賞)하려는 행락객들이 몰려들겠지요. 단풍놀이도 일종의 등산이므로 홑으로 보다가는 골병이 들기 십상입니다. 단풍 산행 건강법을 소개합니다.

①준비 철저=배낭에 비옷과 여벌조끼 등을 챙긴다. 등산화 안쪽에 비누를 문질러 놓고 바닥에는 파우더를 뿌리면 신발과 발의 마찰이 줄어 물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②무리하지 않는다=특히 초보자는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록 천천히 걷는다. 일몰시간까지 내려오기 어려울 때에는 등정을 고집하지 말고 중간에서 길을 꺾어 내려온다.

③천천히 걷는다=단풍놀이 갔다가 다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돌부리의 모서리를 밟으며 천천히 올라가며 무릎이 아프면 무조건 쉰다. 내려올 때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④바른 자세로=의식적으로 양다리에 똑같은 체중을 두고 천천히 걷는다. 올라갈 때에는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꿈치 순으로, 내려올 때에는 발바닥 전체로 디딘다는 기분으로 걷는다. 뛰면서 내려오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는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⑤도로에서 스트레스를 풀라=단풍행렬의 정체는 스트레스거리. 운전석에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천장까지 손을 뻗는 동작이나 양쪽 어깨를 귓불 부분까지 끌어올렸다 내리는 것을 되풀이한다. 최소 1시간에 한번은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거나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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