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니스는 에이즈 바이러스 보유자였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서울올림픽의 다이버

루가니스는 에이즈 바이러스 보유자였다

1988년 오늘(9월 17일) 제24회 서울올림픽이 막을 올렸습니다. 캐치프레이즈는 ‘벽을 넘어서-화합과 전진’이었죠.

서울올림픽은 80년 모스크바 , 84년 LA올림픽이 반쪽올림픽이었던데 비해 8년 만에 열린 온전한 올림픽이었습니다. 그룹 코리아나의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는 이런 배경을 고려해 만든 노래입니다.

88올림픽은 개최 자체가 드라마였습니다.
79년 박종규 대한체육회장의 제안에 따라 올림픽 유치를 결정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불귀의 객이 됐습니다. 한때 경쟁도시였던 호주의 멜버른, 그리스의 아테네, 일본의 나고야를 이길 수 없다는 ‘비관론’ 때문에 신청서가 폐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81년 9월 30일 절대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일본 나고야를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 많은 사람이 “정말?”이라고 되물었습니다. 당시 사마린치 IOC 위원장이 ‘쎄울’이라고 개최지를 발표하는 순간, 기억나시죠?

서울올림픽에서도 많은 영웅이 탄생했지만, 예선전에서 스프링보드에 머리를 받혀 머리를 꿰매고 결선에 나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다이빙 선수 그렉 루가니스는 ‘역경을 이긴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약물규정 때문에 마취제 없이 머리를 꿰매고 경기에 나서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2관왕이라는 위업을 이뤘습니다.

루가니스는 올림픽 7년 뒤인 95년 당시 자신이 에이즈 바이러스 보유자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사고 직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을까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돌이켰습니다. 루가니스가 금메달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 세계의 시청자들은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른 기쁨의 눈물’로 여겼지만 속을 앓아야 했던 루가니스로선 ‘괴로움의 눈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스프링보드에 묻거나 물속에 번진 그의 피가 다른 사람에게 에이즈를 옮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 정설입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는 숙주인 사람을 떠나면 곧바로 죽는데다 사람을 감염시키려면 일정량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주치의는 응급상황이어서 맨손으로 수술을 했는데, 그의 손에 상처라도 있었다면 감염될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의사나 간호사가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의 손에 주사가 찔려도 예방치료를 받으면 감염되지 않습니다.

요즘 언론에서 덜 보도해서 그렇지, 국내에서도 에이즈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에서부터 서민까지 “나는 안 걸리겠지” “단 한 번의 외도로 에이즈에 걸리다니…”하고 후회하곤 한답니다. 에이즈도 건전한 성생활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일반인의 인식과는 달리 에이즈에 감염돼도 고혈압, 당뇨병 환자처럼 약물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제 수명을 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에이즈 감염 여성이 약물치료를 받으며 아기를 가지면 수직감염의 확률이 뚝 떨어집니다. 편견과 차별이 에이즈 환자를 숨게 만들고, 병의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에이즈 환자에 관해서도 ‘손에 손잡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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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시간이 나시면 88올림픽의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보시기 바랍니다. ‘유투브’에서도 최고의 찬사가 쏟아지는 등 재평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에서 ‘Dark Eyes’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코리아나의 노래입니다. 한민족의 저력이 살아나는 현장을 느끼며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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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에이즈 환자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걸린다.
  -그렇지 않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모기의 몸 안에서 단백질로 분해 된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에이즈에 강하므로 콘돔을 안 껴도 된다.
  -그렇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콘돔 조직을 침투하므로 콘돔만으로는 예방하지 못한다.
  -찢어지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 에이즈 감염인인 배우자와 성행위를 하다 콘돔이 찢어졌다면 ‘예방적 치료’로 감염을 막을 수도 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병이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감염인은 종교인,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등 다양하다. 
●에이즈 환자와 음식을 함께 먹으면 감염된다.
  -성행위와 혈액을 통해서만 전염된다. 필자도 에이즈 감염인을 취재하면서 팥빙수를 하나 시켜놓고 함께 먹은 적이 있다.                                         에이즈예방 기금 마련을 위한 목걸이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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