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이성주의 건강편지] 스토킹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검찰이 이웃집 주부를 짝사랑한다며 속옷을 훔치고, 새 속옷을 사서 음란성 쪽지를 넣어 보낸 30대 남성을 기소했다는 소식입니다.
검사는 성폭력 범죄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14조의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죄’를 적용했는데, 쪽지가 통신매체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라고 합니다. 국회에서 1999년, 2003년, 그리고 올해 ‘스토킹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1998년 국내 신문에서 처음으로 스토킹에 대한 분석기사를 썼을 때 일부 남성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들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있냐.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것이 왜 나쁘냐”는 주장이었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스토커는 ‘정신적 응석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무조건적 사랑을 믿고 떼를 쓰듯 스토커도 자기 맘대로 사랑을 하려고 합니다.
스토커를 설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스토커는 ‘싫다’는 말을 들어도 ‘사랑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합니다. 어느 순간 깊은 상처를 느끼고 폭력을 쓰기도 합니다.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외국에서는 경찰에 신고하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스토커는 자기 밖에 모르는 ‘자기애적 인격장애’ 환자에게 특히 많습니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부모가 과보호하거나 과대한 요구를 하면서 키운 경우, 다른 아이에게 양보하지 말고 꼭 이겨야 한다고 가르친 경우 많이 생깁니다. 외동에게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자녀에게 어릴 적부터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있는 것, 친구와 잘 지내는 것, 힘든 사람을 돕는 것….
부모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으로 큽니다. 사랑을 아는 사람이 스토킹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사랑은 열 번 찍어 넘기는 따위의 정복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은 자기애적 인격장애?

①자신의 재능이나 능력이 실제보다 뛰어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이 과대평가해 주기를 바란다.
②끝없는 성공 또는 권력, 명석함, 운명적인 사랑 등을 믿고 집착한다.
③자신은 특별하고 독특해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특수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④주위사람에게 과도한 감탄을 요구한다.
⑤자신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고 남들은 자신의 말에 순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⑥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때로 착취한다.
⑦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이 없다.
⑧질투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시기하고 있다고 느낀다.
⑨젠 체하고 건방진 행동을 잘 한다.
▼진단방법〓자신은 잘 모르기 때문에 주위사람이 평가한다. 5개 이상이면 ‘자기애적 인격장애’.〈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병 진단분류표 ‘DSM­Ⅵ’의 기준〉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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