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쏙 빠진다는 간헐적 단식, '이런' 사람은 금물?
“시간제한 단식과 격일제 단식, 모발 재생 억제”…생쥐 및 사람 실험 결과 밝혀져
간헐적 단식이 대사 등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최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간헐적 단식에는 시간제한 단식과 격일제 단식 등 두 가지가 있다. 시간제한 단식은 매일 4~10시간 동안 원하는 음식을 먹고, 나머지 시간엔 음식을 먹지 않는 방식이다. 격일제 단식은 아주 적은 양의 열량을 섭취하는 날과 원하는 음식을 먹는 날을 번갈아 가며 먹는 방식이다.
간헐적 단식이 신진대사에는 도움이 되지만, 머리털(모발) 성장을 억누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저장성 웨스트레이크대(서대학) 연구팀은 생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Intermittent Fasting Triggers Interorgan Communication to Suppress Hair Follicle Regeneration)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연구팀은 털을 깎은 생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생쥐는 음식을 제한 없이 맘껏 먹을 수 있는 그룹, 하루에 8시간 동안 음식을 먹고 16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시간제한 단식 그룹, 격일제 단식 그룹 등으로 나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가지 간헐적 단식을 한 생쥐는 음식을 맘껏 먹은 생쥐에 비해 대사 건강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음식을 맘껏 먹은 생쥐의 털이 대부분 30일 후 다시 자라나는 데 비해, 간헐적 단식을 한 생쥐의 털은 96일 후에도 일부만 다시 자라나는 데 그쳤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간헐적 단식은 대사 건강에 좋고 혈액, 장, 근육 조직과 관련된 줄기세포의 스트레스 저항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피부·모발 등 말초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간헐적 단식이 피부조직의 재생, 즉 낡고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과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빙 장 박사(줄기세포 생물학)는 “사람은 생쥐에 비해 신진대사율이 느리고 모발 성장 패턴이 다르다”며 “간헐적 단식이 사람의 머리털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쥐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리숱이 적고, 평소 머리털이 잘 빠지는 사람은 가급적 간헐적 단식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연구팀은 간헐적 단식으로 포도당 사용에서 지방 사용으로 바뀌는 것과 관련된 산화 스트레스에 ‘모낭 줄기세포(HFSC)’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어 모발 성장이 억제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모낭 줄기세포는 활동, 휴면 단계를 거친다. 모발 재성장은 이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에 달려 있다. 음식을 맘껏 먹은 생쥐의 모낭 줄기세포는 털을 없앤 지 20일쯤에 활성화되기 시작해 모발이 다시 자랄 때까지 활성화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한 생쥐의 모낭 줄기세포는 오랜 단식 기간에 걸쳐, 세포 자멸사(세포의 자발적인 사멸)를 겪었다.
연구팀은 또 항산화제인 비타민E가 간헐적 단식이 모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비타민E가 단식 중에도 모낭 줄기세포의 생존을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건강한 젊은 성인 49명을 대상으로 역시 소규모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시간제한 단식을 한 사람의 모발 성장 속도가 음식을 맘껏 먹은 사람에 비해 평균 18%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표본 크기가 작고, 연구 기간이 10일로 짧다는 점이 이 실험 연구의 한계다.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선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사람은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이 머리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연구팀은 간헐적 단식이 다른 조직의 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간헐적 단식이 피부의 상처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모낭 줄기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대사물질을 찾아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