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신동국 이사 해임 반대"
임종윤 이사 임시주총 철회 제안하자 회사 측은 "사실상 불가능"
국민연금이 19일 열릴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대표이사·신동국 이사 해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가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거절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제16차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한미약품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주식 10.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심의 결과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안건 중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의 건과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의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해임의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 기존 이사의 해임을 전제로 하는 박준석 사내이사와 장영길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각각 반대를 결정했다.
한미약품 임시주총에는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 선임 건이 상정돼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박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신 비상무이사의 전문성 결여 등을 이유로 제안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할 확률은 낮아졌다.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발생주식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형제 측이 지배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가 가진 한미약품 지분 41.42%의 의결권으로 해임의 건에 대해 찬성한다고 해도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과 신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가 합심한 ‘4자 연합’ 측은 지난 3일 수원지방법원에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조치다.
또한 국내 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박재현 대표의 해임 반대를 권고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해외 의결권 자문사와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 4곳은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박 대표가 재임 중인 2년간 한미약품이 실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부실경영과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해임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관투자자와 해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한미약품 의결권은 각 6.6%, 18.3%다.
“임시주총 철회하자” VS “물리적으로 불가능”
국민연금이 입장을 발표한 직후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임시주총 철회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와의 책임 있는 논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임 이사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 주주 신뢰는 물론 회사의 안정적 발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은 계열사 이사진과 모든 주주들이 협력해 그룹의 발전 방향과 주주 가치를 보호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내 계열사와 법인의 경영권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지주사를 중심으로 2025년 사업운영 계획을 중앙 집중적으로 조정해 그룹 운영 방안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해당 제안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결과 및 오늘 국민연금 결정 전에 이미 나왔어야 한다”며 “이번 임시주총은 임종훈 대표의 주주제안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므로 임종윤 이사의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와도 사전 협의 후 발표된 것인지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에서 임시주총 취소를 검토하거나, 번복하기에는 물리적·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아울러 이미 의결권을 위임해 주신 주주님들에게 매우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