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정치 콘텐츠 75%는 제목만 읽히고 공유돼"
정치적 스탠스가 양 극단일수록 더 하고, 진보보다 보수가 심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정치 콘텐츠 링크를 공유할 때 네 번 중 세 번은 제목밖에 읽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샤얌 순다르 교수(미디어효과학)는 기사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분열과 불신의 씨앗을 뿌리려는 적대세력을 무의식적으로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허위 정보 또는 잘못된 정보 캠페인은 민주주의에 의심이나 반대의 씨앗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그 시도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가는 2016년과 2020년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순다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7년~2020년 페이스북에서 공유된 링크가 포함된 3500만 개 이상의 공개 게시물을 분석했다. 링크에는 스펙트럼 양쪽 끝의 정치적 콘텐츠가 포함됐는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콘텐츠보다 클릭 없이 공유되는 빈도가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페이스북에 국한된 것이지만,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봤다.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Meta)의 협력을 받아 제공받았다.
메타가 제공한 데이터에는 “정치 페이지 선호도 점수”를 포함한 사용자 인구 통계 및 행동이 포함됐다. 이는 사용자가 팔로우하는 페이지를 식별해 결정됐다. 사용자들은 매우 진보적, 진보적, 중립적, 보수적, 매우 보수적 등 다섯 가지 그룹 중 하나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를 사용해 링크된 콘텐츠에서 정치 용어를 찾아 분류하고, 각 선호도 그룹의 공유 횟수를 기준으로 동일한 척도로 콘텐츠에 점수를 매겼다. 연구진은 8000개의 링크를 하나씩 수동으로 분류해 콘텐츠가 정치적인지 비정치적인지를 구별하며 AI를 학습시켰다. AI는 이를 토대로 미국 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100회 이상 공유한 3500만 개의 링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개인 수준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났다. 연구진의 일원인 뉴저지공대(NJIT) 인문사괴과학부의 유진 조 스나이더 교수(대중매체)는 “콘텐츠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와 보수에 가까울수록 클릭 없이 더 많이 공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을 전달할 뿐,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메타는 제3자 팩트 체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조사 대상 링크 중 2900개 이상이 허위 콘텐츠임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들도 클릭되지 않고 4100만 번 이상 공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7%는 보수적인 사용자가, 14%는 진보적인 사용자가 공유했다. 연구진은 허위 정보에 대한 링크의 최대 82%가 보수적인 뉴스 도메인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순다르 교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클릭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콘텐츠를 공유하기 전에 콘텐츠를 모두 읽었음을 확인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허위일 수 있다는 경고를 구현하고 사용자가 그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한다면 사람들이 공유하기 전에 신중하게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도적인 허위 정보 캠페인까지는 막을 수는 없다고 순다르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 휩쓸려서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미디어 문해력을 높이고 디지털에 정통해져 궁극적으로 자신이 공유하는 정보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2067-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