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 아기 살린 ‘황금팔 사나이’…혈액 속 반전은?

제임스 해리슨 씨가 2018년 1173번째 마지막 수혈을 할 때 당시의 모습. [사진=호주 적십자]
60년 넘게 헌혈을 하며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호주의 한 남성이 있다. 1936년생인 제임스 해리슨 씨다.

지난 2018년 기네스북엔 특별한 기록이 올랐다. 제임스 해리슨 씨가 1954년부터 2018년까지 62년 동안 무려 1173번의 헌헐을 한 기록이다.

14살 당시 폐수술을 받았던 해리슨 씨는 수술 중 과다출혈이 발생해 13L나 되는 피를 수혈받아 생명을 건졌다. 이때 그는 본인도 자신의 피로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결심하고, 호주에서 헌혈을 허용하는 최소 나이인 18세가 되자마자 헌혈을 시작했다.

그런데 제임스 해리슨 씨는 헌혈을 계기로 호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사람이 된다. 헌혈 과정에서 혈액 검사를 실시한 결과, 그는 ‘매우 귀중한 피’를 가졌기 때문이다.

해리슨 씨의 피는 당시 호주의 국가적인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같은 성분의 혈액을 가진 사람의 수가 호주에서 50명도 채 안 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에 달하는 생명보험까지 가입하게 됐다.

해리슨 씨의 혈액엔 ‘레소스병(Rh병)’의 항체인 ‘항 Rh(D)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레소스병은 산모와 태아의 RH 혈액형이 다르면, RH 항체가 태아를 공격하는 병이다. RH 항체가 태아 외부의 적혈구를 파괴시키기 때문에 태아는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는다.

100명 중 17명의 아기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당시 호주에서만 매년 수천 명의 아기가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피에 있는 항체를 산모에게 수혈하면 산모의 혈액이 태아를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호주 정부는 그가 헌헐한 항체를 바탕으로 레소스병을 예방하는 주사제로 개발하는 ‘Anti-D(안티D) 백신’ 사업도 실시했다. 그가 한 차례 헌혈하면 약 2000명의 산모에게 수혈할 수 있었기에, 2000명의 태아를 살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딸 트레이시 역시 첫 아들을 낳고 Anti-D 백신을 맞았다.

황금팔 사나이의 반전?

다만, 해리슨 씨가 처음부터 이 항체를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14세 당시 폐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그의 혈액형은 RH-A형이었다. 그런데 18세 당시 헌혈을 할 때 그의 혈액형은 ‘RH+ A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는 당시 수술을 맡았던 의료진이 실수로 RH+A형 혈액을 수혈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혈액형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보통 이러한 수혈 실수는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혈액 속에 항체를 형성해 살아남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2018년 호주 정부가 법적으로 헌혈을 금지한 81살이 되며 1173번째 헌혈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그렇지만, 60년 넘게 헌헐하며 240만 명 이상의 태아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고 호주의 국가적 영웅으로 평가받는다.

60년간 희귀 항체가 포함된 자신의 피를 헌혈하며 240만 명의 아기를 살린 호주의 제임스 해리슨 씨. [사진=호주 적십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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