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느는 비극…아이와 ‘자살’을 이야기하는 법

어린이 우울증과 함께 자살도 늘어...대화를 통한 감정 공유와 믿음이 중요

날로 늘어나는 어린이 자살을 막으려면 평소 감정과 정신건강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등으로 정신건강을 위협받는 것은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어린이까지 우울증 등 여러 문제로 고통받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살은 어린이청소년층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자살충동과 행동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의사협회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1~2020년까지 전체 응급실 방문 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청소년 자살 관련 방문 건수는 무려 5배 증가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교육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6~11세 우울증 진료를 받은 인원이 2018년 1,849명에서 2022년 3,541명으로 무려 91.5% 껑충 뛰었다. 이 기간 극단선택을 한 초중고생도 800명이 넘었다.

아이들의 끔찍한 비극을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가 평소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미국 건강정보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 Health)’는 ‘자살’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아이들과의 제대로 된 대화가 극단적 선택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평소 정신 건강이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자살 충동이 들더라도 그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등학생은 ‘자살’을 이야기하기 너무 어리다?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인 자살. 많은 부모들이 자살이라는 화제를 대화로 끌어들이는 데 부담감을 느낀다. 특히 아직 어린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기에 너무 무거운 주제라는 생각에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미시간 매디슨 아동·청소년 외래 정신과 의사인 조안나 퀴글리 박사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이기에 더욱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미리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혹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처하고 해결하도록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첫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자살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이가 자살을 생각하고 자해를 할 위험을 높이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혹여 자살을 염두에 두고 있는 아이의 경우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명확한 이름을 주고 큰 소리로 대화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오히려 안도감을 주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게 할 수 있다.

안전한 공간에서 감정에 대해 대화하자

평소 아이들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이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나 주양육자가 일상적으로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다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부모에게 입을 열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이클 린지 뉴욕대 실버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자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그 어떤 영향도 없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무비판적이고 안전한 대화 공간을 만들면 아이들이 더 편하게 마음을 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녁 식사 후나 가족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대를 선택해 대화를 시도하면 좋다.

“네 곁에는 우리가”, 도움받을 수 있음을 알리기

대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을 때 부모나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이 살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이를 부모나 주양육자에게 알려도 괜찮고 또 아무 문제도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해서 이상하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살이라는 주제가 가볍지 않은 만큼 무의식중에 아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선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남자아이에게 “남자답게 굴라”고 하거나 여자아이의 경우 소문 등을 걱정해 “일단 가족 안에서 일을 해결하라”고 강조하는 것 등이 아이들에게 부담을 줘 오히려 입을 꾹 다물게 만들 수도 있다.

나에게 대화를 나눌 자격이 있나 고민하기

아이들과의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스스로 자신이 이런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서없이 말을 건네면 아이들이 오히려 불안해하고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침착하고 중립적인 표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된 것이다. 아이의 말에 충격을 받거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소아과나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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