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뱃속에서 사람 콩팥이 자란다”…유전자 조작 성공
유전자 조작 배아에서 임신 28일까지 인간형 콩팥 자라는 것 확인
중국과학원(CAS) 산하 광저우 생물의학보건연구원(GIBH)의 리앙쉬에 라이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돼지에서 인간형 장기를 생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원리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과정의 첫 단계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먼저 콩팥 발달에 핵심적인 두 개의 유전자가 결여된 유전자 변형 돼지 배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배아 내에 빈 공간, 즉 신장 모양의 ‘틈새’를 만들어 인간 줄기세포가 돼지 세포와의 경쟁을 줄이면서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인간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통합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돼지 세포가 발달하는 동안 인간 세포와 경쟁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인간 줄기세포가 돼지 배아에 통합될 가능성을 높이고 자멸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인간 줄기세포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했다. 그런 다음 이 세포를 초기 인간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순수한 세포로 배양했다.
다음 단계는 인간 줄기세포가 포함된 돼지 배아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며 고유한 영양분과 호르몬을 제공해 성장을 촉진한 다음 이를 어미 돼지의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총 1820개의 배아를 13마리의 어미 돼지 자궁에 이식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 배아가 대리모 돼지의 자궁에서 25~28일간 자라게 한 뒤 5개의 배아를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형 신장이 정상적 구조로 성장한 것을 확인했다. 신장을 이루는 세포의 50~70%는 인간 세포였다. 배아의 다른 세포는 돼지 세포였다. 반면 신장 이외의 기관에서는 사람 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라이 연구원은 “임신 기간을 연장하면 인간 세포의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기술적 장벽도 존재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뉴욕대 랑곤의대 장기이식연구원의 마시모 망기올라 면역유전학 연구소장은 이 세포들을 ’원시 장기‘라고 불렀다. 망기올라 소장은 ”이번 연구는 인간 세포가 ’원시 장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다“면서 ”완전한 인간 콩팥으로 발전할지 여부를 말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그 목표를 향해 필요한 초기 단계엔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전 연구에서는 돼지의 혈액이나 근육과 같은 인간 조직을 생성하는 데 유사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실제로 인간의 일부 장기를 성장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가장 먼저 발달한 장기 중 하나이며 인간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이식되는 장기이기 때문에 콩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GIBH의 젠 다이 연구원은 “우리는 돼지 배아에 틈새를 만들면 인간 세포가 자연스럽게 그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배아들의 뇌와 척수에서 인간 신경세포는 극소수만 보였고 생식기 영역에선 인간 세포가 없었다”며 “이는 인간 만능 줄기 세포가 생식 세포로 분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다음 단계는 신장이 더 오래 발달하도록 허용하여 인간세포가 발달하는 동안 돼지 세포를 계속 능가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돼지에서 심장과 췌장을 포함한 다른 인간 장기를 생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목표는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돼지 배양 인간 장기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작업이 복잡하기에 몇 년은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의 한명인 GIBH의 미겔 에스테반 연구원은 “장기는 하나의 세포 계통으로만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온전한 인간형 장기를 갖게 하려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돼지를 설계해야 한다”며 “그에 수반되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망기올라 소장은 2가지 장벽을 먼저 지적했다. “하나는 완전한 기능을 갖춘 장기를 만들 수 있느냐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인간 세포로만 이루어진 장기를 만들 수 있는가”이다. 신장에 돼지 세포가 남아 있으면 이식 후 장기 거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는 이번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지에게 환자 자신의 세포로 구성된 맞춤형 신장을 성장시키는 것이기에 여기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돼지의 면역체제가 인간형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돼지 몸에선 문제없지만 인간 몸에선 새로운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형 세포에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이종이식의 부작용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stem-cell/fulltext/S1934-5909(23)00286-2)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