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다시 정상세포로 만들 수 있을까? (연구)

KAIST 조광현 교수 연구팀, 암 가역화 치료 가능성 확인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가역화 치료’의 원리가 규명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로 암환자의 발생과 사망 역시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의생명과학자들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방식의 암 치료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방식은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면 재발 가능성이 있고 정상세포까지 같이 사멸하는 부작용을 가진다는 한계가 있다. 많은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방식과 달리 특정한 상황에서 암세포를 정상세포(또는 정상과 유사한 세포)로 되돌리는 ‘가역화’ 치료의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실제로 그 원리를 밝히거나 개발하는 연구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최초로 암 가역화 치료 원리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암세포를 완전히 죽이거나 제거하는 대신 성질을 변환시켜 정상세포로 돌릴 수 있는 치료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됐다.

연구팀은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차이에 주목했다. 정상적인 세포는 환경에 반응하고 다른 세포와 소통하는 신호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외부 자극에 부합하는 세포반응을 일으키며, 이것이 면역의 핵심이다. 반면 암세포는 외부 자극을 무시한 채 특정한 증식 신호가 없어도 증식하고 분열한다. 이렇게 통제할 수 없는 세포분열을 억제할 수 있는 특정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가설이다.

연구 결과를 요약한 그림. [자료=KAIST]
연구팀은 먼저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해당 가설을 확인했다. 세포에 자극이 ‘입력’되면 반응이 ‘출력’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로 왜곡된 암세포의 입출력 관계가 특정 조건에서는 회복된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의 입출력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이어진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암 가역화를 위해 조절해야 할 ‘타깃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이미 공개된 암 관련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대량으로 분석했더니 가역할 수 있는 유전자가 전체 구성 네트워크 중 절반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생명체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며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구조도 정교해져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가역치료 개념을 최초로 제시해 2020년 1월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세포로 되돌리는 연구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에는 가장 악성인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게끔 리프로그래밍하는 작업에 성공했으며, 올해 1월 폐암 세포의 가역화에도 성공한 바 있다. 기존에는 서로 다른 암종에서 개별 연구된 사례들이 어떤 공통된 원리로 가능했는지 이번에 밝혀낸 것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암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모두 증진시키는 혁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와일리(Wiley)’에서 발행하는 국제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2일 게재됐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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