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허가 ‘파란 불’…‘레켐비’ 어떤 약?

美FDA, 자문위 논의 앞서 긍정적 입장 밝혀...오는 7월 정식승인 판가름

레켐비 제품사진. [사진=바이오젠]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에 표적치료제의 진입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질병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타깃하는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그 주인공으로,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은데 이어 오는 7월 6일까지 정식승인(full approval)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해당 계열 약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문제삼아 보험적용에 제한을 둔 터라, 약물의 원활한 처방을 위해서는 정식승인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FDA는 레카네맙 승인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오는 9일 예정된 신약 허가 자문위원회 논의을 앞두고 정식승인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FDA는 “레카네맙 주요 임상 분석 결과, 약물 사용에 따른 치료 효과가 일관되게 보고됐다”며 “하위분석에서도 1차 및 2차 평가변수 개선에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돼 임상근거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레카네맙은 다국적제약기업인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항체의약품으로 정맥주사 제형으로 먼저 개발이 이뤄졌다.

작용기전의 경우, 문제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반에 결합한 뒤 체내 면역반응을 유도해 독성 응집체 형성을 차단하는 약물 메커니즘을 가졌다.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전략이 레카네맙 치료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주요 임상인 ‘Study 301’ 연구 결과, 치료 18개월 시점에서 치매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 지표 개선 등 주요 평가변수 모두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알츠하이머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레카네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였다.

더불어 글로벌 허가에 핵심 축을 담당할 3상 확증임상 ‘Clarity AD 연구’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18개월에 걸친 임상기간 동안 레카네맙 치료군에서는 CDR-SB와 관련해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27% 개선시키며 유효성 근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혜택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가 확인된 임상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레카네맙 정맥주사(10 mg/kg)를 2주 간격으로 1회 투여한 환자군에서 두드러졌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환자 1795명이 등록된 Clarity AD 연구 결과를 짚었을 때, 레카네맙 치료는 위약 대비 명확한 혜택을 보고한 것이다.

이를테면, 치료가 시작되고 6개월 시점부터는 레카네맙 치료군의 경우 위약과 비교해 연구시작 시점 대비 CDR-SB 지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변화시켰다. 더욱이 CDR-SB 지표로 설정된 일차 평가변수 외에도, 주요 이차 평가변수 모두를 충족시켰다.

여기엔 치료 시작 후 18개월 동안 아밀로이드 PET 영상검사를 통한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 변화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DAS-Cog 14) △알츠하이머병복합점수(ADCOMS) △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수행능력척도(ADCS MCI-ADL) 등이 평가기준으로 포함됐다.

레카네맙은 안전성 프로파일에 있어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가 나왔다.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치료제들에서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이슈가 예상보다는 낮게 관찰됐기 때문이다.

관건이었던 뇌부종 등의 ARIA-E 발생 비율을 보면, 레카네맙 정맥주사 치료군에서는 해당 부작용 발생률이 12.5%(위약군 1.7%)로 집계됐다. 관련 부작용 발생률이 40%를 훌쩍 넘긴 아두카누맙과는 비교되는 수치였다.

또한 증상성 ARIA-E의 발생률의 경우 레카네맙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2.8%, 0.0%로 분석됐고, 뇌출혈 등의 ARIA-H 발생률은 17.0%, 8.7%로 집계됐다. ARIA-E와 ARIA-H를 포함한 총 ARIA 발생률은 레카네맙 치료군 21.3%, 위약군에서 9.3%로 보고됐다.

FDA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에서 보고되는 ARIA 이상반응 등과 관련해서는 약물 처방 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4월 CMS는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임상적 혜택이 불분명한 항체치료제에는 일체의 비용 지원을 하지 않겠다”면서 국가 적격 임상에 등록된 인원 외에는 해당 치료제의 사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이는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신약으로 최초 허가를 받은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유효성 논란과 부작용 이슈를 겪으며 시장 퇴출 절차를 밟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이번 레카네맙의 임상데이터를 보면 수치적으로도 모호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개발사가 기대한 최상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바이오젠과 에자이에게는 전작인 아두카누맙의 실패를 만회할 충분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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