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환자, 한의원에 몰리는 이유 있었다”

병·의원 치료는 8% 줄 때, 한방 치료는 34% 늘어

자동차보험 환자가 한의원으로 몰린다. 입원, 외래가 2016~20년 사이에 연평균 40.87%, 28.36%씩 늘었다. 대단한 증가율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병·의원 환자는 오히려 줄었다. 입원은 8% 이상, 외래는 5% 이상 줄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오현 부산디지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가 ‘한국산학기술’ 학회지 최근호에 ‘자동차보험 환자의 의료기관 종류별 이용실적’을 비교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2016~20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자료를 이용한 것.

그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전체 환자 수는 입원이나 외래 모두 평균 4.6%, 1.19%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즉, 이전엔 병·의원을 많이 찾았는데, 최근엔 한의원, 한방병원 쪽으로 몰린다는 얘기다.

한의원, 한방병원 쪽 병상도 빠르게 늘었다. 2014~20년 사이 병·의원 쪽 병상은 6.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한의 쪽은 76.7%나 증가했다.

특히 한방병원 병상(84.4%)이 한의원 병상(46.2%)보다 배나 많이 늘었다. 일부 유명 한방병원들이 자동차보험 환자들 대상으로 법률 상담까지 해주며 ‘장기’ 입원을 유도하는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전에 자보 환자가 몰리던 정형외과에 대한 심평원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보험 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한방 치료 쪽이 이들 자보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순 염좌의 경우, 병·의원 급여기준이 2~3주에서 1주일로 줄었다. 자연히 입원환자에 대한 병상가동률도 함께 줄어든다. 병·의원들이 병상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한 정형외과의사는 “자보 환자 진료비가 빠르게 늘어나자 심평원의 검사나 급여기준이 엄격해지고 삭감이 잇따르니까 병·의원이 자보 환자를 피하게 됐다“고 했다.

반면, 한의과 진료는 1999년부터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첩약과 탕전료, 복합엑스제와 파스, 약침술, 추나요법 등 한의과의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로 인정하고 있다.

한의원들이 앞다퉈 자동차보험 진료를 하게 된 이유다. 한의원 10곳 중 8곳에서 자보 환자를 받고 있다. 그 사이 첩약 진료비나 약침술, 추나요법 비용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하는 한의 쪽 진료비 청구액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입원 일당 진료비는 한의과 한방병원이 의과 병원보다 1.25배, 한의원이 의원보다 1.77배 높다. 심지어 종합병원보다도 높았다.

한의 쪽, 특히 한방병원들 주요 수입원이 노령층 환자 중심에서 교통사고 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자동차보험료를 매년 오르게 만드는 핵심 원인의 하나이기도 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 급증하는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를 통제할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 자보 진료수가 결정체계를 손보려는 시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 하오현 교수는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가 보편적이고 타당한 방법으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감독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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