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클리닉] 고양이만 있는 특이 질환, 세동이염

간, 췌장, 장(腸) 이어진 길에 염증이 한꺼번에...원인도 분명치 않아

고양이 ‘복합질환’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을 고르라면 ‘세동이염’(triaditis)이 있다. 단순한 구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장염 때문이었고, 더 살펴보니 간 담관에도, 췌장에도 염증이 함께 있더라는 것. 3인조(traid)처럼 함께 온 염증(-itis)이라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드물기는 하나, 그렇다고 희귀병도 아니다. ‘복합질환’이다 보니 진단도, 치료도 그만큼 까다롭다. 더 큰 문제는 보호자는 물론 일선 수의사들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세동이염’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이진수 원장(이진수고양이병원)과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언제부터 세동이염에 주목했는가?

12년 전, 해외 학회와 논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장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서 왜 느닷없이 간 수치가 오르는지 그 이유를 그때까진 나도 몰랐다.

왜 고양이에게만 그런 병이 생기는가?

세동이염에서 세 가지란 간(담낭, 담관)과 췌장, 장(腸)이다. 여기에 염증이 함께 생기는 건 고양이 특유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다. 고양이는 간, 췌장, 십이지장이 관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간에서 만든 담즙을 운반하는 담관, 췌장에서 만든 소화효소를 운반하는 췌장관이 Y자 형태로 합쳐지는데, 그 끝이 십이지장으로 연결된다. 한쪽에만 염증이 생겨도, 다른 곳으로 염증이 번지기 쉽게 돼 있는 것이다.

여러 곳에 염증이 생긴다면, 증상도 다양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다. 증상도 복합적이다. 그동안의 임상 통계로 보니 장염이 가장 일반적이다. 대부분 구토(66%)를 한다. 그런데 구토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 달에 구토를 2번 넘게 한다면 바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황달과 같은 담관간염 증상도, 또 췌장염 증상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때, 사람과 개는 췌장염을 앓으면 심한 통증을 보이는데, 고양이는 의외로 잘 발견되지 않는다. ‘만성’이면서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예도 있다. 그래서 ‘세동이염’을 모르면 췌장염은 놓치기 쉽다.

세동이염. [자료=Pet Owner Educational Atlas CATS]
얼마나 많이 발병하는가?

세동이염은 어떤 품종이, 어떤 연령대에, 어떤 이유로 많이 발병하는지 아직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담관간염이 있는 경우, 그게 장염과 췌장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려 39%에 이른다는 통계는 있다. 즉, 담관간염에 걸린 100마리 고양이 중에 39마리는 알고 보니 장염과 췌장염도 함께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핵심 장기가 간과 담관이란 얘기인가?

그런데, 임상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는 조금 유보적이다. 세 가지 장기 중 어떤 게 세동이염으로 나아가는 핵심 원인인지 분명히 얘기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임상 경험으론 오히려 장염> 담관간염> 췌장염 순으로 생각된다. 장염이 담관간염이나 췌장염보다 흔하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 한쪽에 염증이 있다 해도 ‘세동이염’이라 결론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세동이염’이란 큰 그림이 있다 하더라도 진단 과정에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여러 장기를 바라보는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염증을 이끄는 핵심 장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장기의 염증으로 고양이가 고통받는지 두루 살펴야 한다.

세동이염으로 판정을 내리는 것은 언제인가?

확진하기 위해선 장기별로 생체검사와 조직 검사가 다 필요하다. 어느 한쪽 장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장기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삿바늘로 하는 최소 침습적인 검사(세침흡인술)라 하더라도 마취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임상 현장에서 보면 그런 사실이 보호자들에겐 부담스러운 듯했다.

어떻게 치료하는가?

치료도 진단 과정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장기에 따른 개별 치료법을 다 알아야 한다. 치료 시점과 치료반응에 따라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 항암제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여기서 최우선 순위는 장염과 담관간염에 대한 처치다. 일단 초기에는 항생제가 중요한데, 적절한 항생제를 선정해서 짧으면 2주, 길면 4주 정도 치료 경과를 확인한다. 치료반응이 더디거나 차도가 없다면 면역억제 효과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스테로이드는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래서 처방용량을 선택할 때 스테로이드의 그런 특성을 고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치료반응이 있다면 스테로이드는 서서히 감량해서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장염은 스테로이드 감량 및 중단에 따른 재발이 흔하므로 수년간의 스테로이드 복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보호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보호자 처지에서 세동이염의 핵심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염증이 나중에는 세 가지 염증으로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한가지 염증만 확인돼도 세동이염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진수 수의사.

한편, 이진수 원장은 서울대 수의대를 수석 졸업(2006년)한 후 충북대에서 수의내과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부터 2차동물병원 ‘해마루’에서 고양이 전담진료를 시작했다. 스스로를 ‘냥의(醫)’(고양이 의사)라 부른다. 한편, 이진수고양이병원은 2016년 국제고양이수의사회(ISFM) ‘고양이친화병원’ 골드레벨 인증병원이 됐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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