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에서도 검출’ 미세플라스틱 논란, 해결책 있을까?

“건조, 세척 규정 필요하지만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서 ml당 1억 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지만, 이를 단기간에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됐다. 앞서 종이 호일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일상 속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에 소비자의 관심이 몰리게 됐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며 생기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체내 흡수가 어려워 대부분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해 5월, 네덜란드 연구팀이 “인간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2명의 혈액을 분석했더니 전체 샘플의 약 80%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온 것이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혈관 안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체내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발표와 엇갈리는 결과에 우려가 커졌다.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연구팀도 최근 미세플라스틱의 잠재적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태아 시기부터 꾸준히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면 신경 발달 관련 유전자가 덜 발현되고 뇌 기능을 조절하는 억제성 신경 물질의 분비도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불안 및 우울 장애의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일상에 침투한 이유는?

노르웨이, 중국, 벨기에 국제 연구팀이 노르웨이에서 판매하는 생수 4종을 분석했더니 1ml당 평균 1억 6000만 개가 넘는 나노플라스틱(크기가 100억분의 1m 이하인 플라스틱 입자)이 검출됐다. 성인이 하루 2L의 물을 마신다고 가정하면 연간 120조 개가 넘는 나노플라스틱을 먹게 되는 셈이다.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에 따르면 페트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이유는 공정상의 특징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병 모양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사출성형/블로우성형’이라는 성형과정을 거친다.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유연하게 만든 뒤 고압의 기체를 쏴 모양을 잡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분자 구조가 분해될 수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PET플라스틱 분자는 물을 잘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수분 함량이 0.02%만 넘어가도 가공 시 분자 사슬이 끊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 상태에서 페트병에 물을 채우면 끊어진 플라스틱 입자가 그대로 물에 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해결책 있을까?

페트병에 담아 파는 생수를 마시는 소비자들이 미세플라스틱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음에도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할 장치는 없다. 강상욱 교수는 “공정 과정을 바꾸면 의외로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도 “이렇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는 페트병 생수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조 공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성형가공 전에 충분히 건조해 수분 함량을 줄이면 분자 사슬이 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페트병으로 가공한 뒤 고압의 물로 세척해 끊어진 플라스틱 입자를 씻어내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제작되는 병 하나하나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생수 한 병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페트병에 담아 판매되는 모든 음료나 식품에 이 규정을 적용해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 경우 급격한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강 교수는 “당장 규정을 손보는 것보다 사회적,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후 정부와 산업종사자, 학계의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해결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미세플라스틱 특별법’ 제정에 대한 움직임과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3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사단법인 소비자기후행동이 공동으로 주관한 미세플라스틱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대표적이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발생과 배출에 대한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제조, 수입, 판매, 사용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형태의 법안을 제시하고 상반기 중 발의할 것을 결의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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