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생존자 136만명…“글로벌 기준 못 따르는 폐암 치료”

6월 첫째 주 '암생존자의 날'...폐암 1차약 급여 요청 5만명 국민청원 몰려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6월 첫째 주는 198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암생존자의 날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질환 캠페인과 행사가 진행된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신약의 도입에 따라, 국내 암환자들의 치료 성적이 개선되면서 암 진단 후 5년을 초과해 생존한 암환자, 이른바 ‘암생존자’의 수가 136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사망원인 1위에 오른 폐암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36.8%에 머물며 기타 다른 암종에 비해 저조한 치료 성적을 보고하고 있다.

특히, 질환의 특성상 폐암은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기에 진단된 폐암 환자들에서는 보다 나은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 처음 사용하는 치료제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계명대의대 동산병원 암치유센터 부센터장 박순효 교수(호흡기내과)는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치명률을 고려한다면 폐암 환자의 생존율 개선을 위해서는 첫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들어 다양한 치료 옵션이 개발된 만큼 진단부터 치료까지 빠르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가장 많아…“글로벌 표준치료, 3년 이상 생존혜택 확인”

통상 국내 폐암 환자의 80~85%는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되며, 이들 환자의 30~40%에서는 EGFR 유전자 변이가 흔하게 관찰된다.

글로벌 항암치료 기준을 선도하는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EGFR 변이 환자의 첫 치료제로 3세대 EGFR 표적항암제의 사용을 강력 권고하는 분위기다. 특히,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가장 높은 권고등급인 Category1 중에서도 유일한 ‘선호요법(preferred)’으로 추천되고 있다.

해당 치료 전략은 글로벌 임상 3상(FLAURA 연구) 결과를 통해 3년 이상의 생존기간(38.6개월) 개선 혜택을 확인했다. 이는 EGFR 표적항암제 가운데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 공개된 일본인 대상의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전체 생존기간은 40.9개월로 보고돼 일관된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더불어 폐암 환자의 치료 예후를 안 좋게 만드는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에서도 동일한 치료적 혜택이 관찰됐다. 사망 위험을 기존 치료법 대비 절반 이상(52%) 줄인 것이다.

박순효 교수는 “타그리소 치료는 이미 폐암 분야에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치료효과와 더불어 기존 치료에 비해 안전성이나 내약성이 좋아 환자들이 큰 불편함 없이 보다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치성 폐암 치료, 국내 건강보험 적용 5년째 제자리걸음…5만명 국민청원 몰려

계명대의대 박순효 교수(동산병원). [사진=박순효 교수]
그런데, 국내 사정은 많이 다르다. 2018년 12월 국내 허가 이후 5년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환자와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포함한 약물의 유효성을 인정해 글로벌 표준치료로 권고된 것과는 분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와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은 5만 명이 참여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이어졌고, 타그리소는 지난 3월 열린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1차 치료에 대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

하지만, 5년 만에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는 듯 했으나 아직까지 이후 절차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 폐암 환자 커뮤니티 등에는 여전히 급여 소식을 묻는 질문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진료실에서도 타그리소의 보험 적용 소식을 묻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다양한 임상 연구와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이미 생존 개선 효과가 확인된 글로벌 표준치료제를 국내 환자들도 경제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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