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클리닉] 내 강아지 눈 노리는 ‘건성안’

병원 많이 찾는 ‘3대 눈병’…눈물량 줄며 염증 생겨

사람의 ‘안구건조증’은 봄부터 심해진다. 건조한 바람,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 등으로 우리 눈은 모래가 들어간 듯, 뻑뻑하다. 내버려 두면 시력이 떨어지고, 각막염과 각막궤양으로 심해진다.

강아지도 마찬가지. 게다가 8살이 넘어 노령견이 되면 많은 개가 이 병으로 고생한다. 눈물샘도, 마이봄샘(meibum)도 탈이 나기 시작하는 때다.

더 큰 문제는 증상이 심해진 이후에나 알게 된다는 것. 김준영 건국대 수의대 교수(수의안과학)는 그래서 “강아지 같은 경우엔 ‘안구건조증’보다는 ‘건성 각결막염’(乾性 角結膜炎)이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왜 그렇게 불러야 하나?

사람은 눈이 뻑뻑하기만 해도 바로 치료를 시작한다. 당장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하지만 강아지는 다르다. 안구 표면에 있는 감각신경이 사람에 비해 둔하다.

그래서 미세한 염증이 생겨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회백색의 끈적끈적한 눈곱이 끼고, 충혈에다 각막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고 나서야 보호자들이 알아차린다. ‘증상’ 단계에선 잘 모르고, ‘염증’ 상태가 되어야 치료가 시작된다는 것이 큰 차이다.

특히 잘 걸리는 품종이 따로 있나?

선천적으로 눈물샘에 문제가 있는 품종이 있긴 하다. 퍼그, 요크셔테리어, 킹찰스스패니얼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는 푸들과 몰티즈, 페키니즈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 병이 다른 견종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병원을 찾는, 최근의 가장 흔한 안과 질환을 3가지 꼽으라면 건성 각결막염(약칭 ‘건성안’)과 알레르기성 눈꺼풀염(안검염), 결막염 등이다.

환자가 그렇게 많아진 이유는?

선천적 이유도 있겠지만, 8살 이상 노령견이 많아진 것이 더 큰 이유다. 각막에 눈물이 머무는 시간이 줄고, 눈물의 구성 성분에도 차이가 생긴다. 눈물이 나오는 눈물샘, 기름이 나오는 마이봄샘 기능도 떨어진다. 이 기름이 눈을 코팅하며 눈물의 증발을 막아주는데, 그런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사실 20년 전만 해도 염증으로 악화하지 않는 한, 안구건조증은 병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2010년 전후부터 건성 각결막염 각막궤양 눈꺼풀염 결막염 등을 ‘안구 표면 질병’으로 묶어 함께 치료한다. 눈물의 ‘양(量)과 질(質)’ 문제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질환들이 때문이다.

만성이나 난치성 질환으로도 가나?

그렇다. 강아지 눈의 이런 변화를 보호자가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면, 염증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노령견에게 알레르기 결막염부터 다른 눈 질환들이 두루 많은 이유다. 눈물이 더 줄어들면 난치성 염증으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최근의 치료 흐름은 바로 그런 초기 진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강아지 눈 상태를 미리 확인, 안구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손을 쓰는 게 예후도 좋다는 것이다.

건성안이 염증으로 굳어지면, 어떻게 치료하나?

모든 질병이 그렇듯, 원인 치료가 먼저다. 안구를 자극하는 요소부터 우선 제거해 줘야 한다. 강아지가 병원을 찾아올 땐, “백내장이나 종양 아닌가?” 의심해서 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암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마이봄샘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이럴 때, 사람은 레이저로 마이봄샘 막힌 걸 뚫어주는데, 강아지는 스케일러로 마이봄샘 주위를 깨끗이 하는 방법을 쓴다. 레이저를 쓰면 자칫 눈 주위 털을 태울 수도 있다.

또 눈물량 검사에서 분당 2mm 이상만 나와도 약물치료로 대부분 증상은 호전된다. 원인에 따라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억제제, 소염제나 항생제, 눈물 분비 촉진제 등을 사용한다.

고양이도 건성안 오나?

고양이에게도 나타나지만, 다행히 묘종에 따라 달라지는 ‘선천적인’ 이유는 거의 없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사람은 여성이 안구건조증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는 하지만, 개나 고양이에겐 딱히 암수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있진 않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미세먼지나 황사, 풀이나 꽃가루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많은 경우 더 나빠진다. 여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 겨울철 건조한 실내도 주요 원인이다.

흔히 강아지들이 머리를 자동차 창문 밖으로 내밀고 있는 때도 있는데, 눈 건강에 아주 많이 안 좋다. 특히 노령견에겐 적신호다. 절대 하면 안 된다. 항상 강아지 눈을 청결하게 해주고, 주기적으로 따뜻한 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김준영 건국대 수의대 교수(수의안과학). [사진=윤성철 기자]
한편, 김준영 교수는 건국대 수의대에서 박사(수의외과학)를 마친 후 한국연구재단 장학생에 선발돼 영국 케임브리지대 부속 동물병원으로 ‘포닥’(박사후연구원)을 다녀왔다. 귀국 후 여러 동물병원을 거쳐 2014년 교수가 됐고, 그 해에 아시아수의안과학회(AiCVO)에서 ‘전문의’(de facto Diplomate)에도 선발됐다.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연간 2천 케이스 이상 안과 진료를 본다. 특히 건성 각결막염, 녹내장, 백내장, 각막궤양 등에 전문성이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질병 예측모델도 개발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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