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앗아가는 응급 잠수병, 어떻게 대처할까

[김희덕의 잠수의학 세계]

잠수병, 그중에서도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는 응급상황 잠수병은 다이빙하고 수표면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주로 생긴다. 즉, 상승 속도, 잠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 폐 용량을 6ℓ라 할 때, 수중 10m에서 다이빙한다면 이때 압력은 2기압. 그러다 수면으로 상승하면 ‘보일의 법칙’에 따라 폐 용량(6ℓ)이 2배로 증가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렇게 커진 폐가 공기를 배출하지 못한 채 급상승하면 폐에 파열이 생긴다. 폐 파열로 동맥에 기포가 생기면, 기포가 혈관을 막아 혈류 장애를 유발한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 것이 ‘관상동맥 동맥공기색전증’. 수표면에 올라오자마자 즉사할 수 있다.

기포가 뇌동맥을 막으면 그게 ‘뇌동맥 공기 색전증’이다. 이때도 수표면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쓰러진다. 의식이 없고, 구토와 심한 현기증이 동반된다. 세월호 인양 작업 중 사망한 민간 다이버의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이 현상은 응급의학계에서 흔히 말하는 ‘기뇌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수중 작업 중 과포화된 질소 또는 불활성 기체가 상승하는 동안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인체의 여러 장기나 기관에 남아 있으면서 생기는 ‘감압병’도 있다.

2가지로 분류한다. 1형 감압병은 근육/관절형 감압병. 관절이나 근육통이 심하다. 잠수를 마치고 사우나를 하거나, 운동, 또는 1,000ft 이상 고도를 통과하는 비행기 탑승 후, 높은 고지대를 통과하고 난 다음 등 여러 상황에서 생길 수 있다. 심한 통증은 페티딘, 모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제로도 낫지 않는다.

2형 감압병은 뇌경색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뇌형 감압병’부터 여러 가지다.

‘척수신경형 감압병’은 흉추 척수신경총 주위에 기포가 신경을 압박하여 그 신경이 지배하는 장기와 기관을 마비시키거나 감각 이상을 일으킨다. 보행이 어렵고, 복부와 하지 감각 이상, 통증, 배뇨 곤란 등이다. 변비가 오거나, 반대로 변실금같이 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심장·폐 감압병’은 호흡 곤란, 쇼크, 기침, 각혈, 흉통 등으로 나타난다. 쇼크로 혈압이 저하되고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반대로 수액과 산소 공급만으로 금방 회복되기도 한다.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내이(內耳) 감압병’도 있다. 귓속에 있는 달팽이관보다 전정기관에 기포가 생기면 심한 현기증, 오심, 구토가 나타난다. ‘메니에르병’과 비슷한 증상이다.

잠수병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면 먼저 산소 공급을 최대한으로 하고, 생리식염수 같은 수액을 주사한다. 이 정도로도 증상이 바로 호전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해서 완전히 치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챔버가 있다면 재가압 치료를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고압산소치료 챔버 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응급 감압병 환자는 대부분 직업 잠수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 다이버들이 많이 늘어났다. 해외 다이빙도 많이 다닌다.

감압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프리 다이빙, 혼합기체 다이빙 등 다이빙 기술이 다양해진 것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응급실 치료는 먼저 자세를 편평하게 눕히고, 환자를 안정되게 하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 100% 산소를 공급한다. 또한, 동시에 충분한 양의 수액을 정맥에 주사하고 재압치료 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응급 후송한다.

이때 헬리콥터 후송이라도 고도 300m 아래로 저공비행 하는 것이 좋고, 구급차 후송일 때는 고지대를 피해 평지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또 진통이 심하다면 적절하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고 그 외에 약을 사용하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한다.

하지만 아직도 잠수 현장에서는 상식 이하의 사고가 자주 생긴다. 비(非)의학적 접근으로 상황을 더 나쁘게 하거나, 사망하지 않아도 될 환자가 죽고, 죽지 않았다 해도 평생 마비 환자로 남는 예도 많다.

해외 ‘다이빙 사고 응급구난망'(Diving Alert Network; DAN) 같은 채널이 국내에선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잠수 사고로 인한 사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잠수의학은 아주 특수한 분야다. 대부분 의사들조차 잠수병, 특히 응급환자는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동, 서, 남해에 재압치료 가능한 병원들이 생겼고, 환자가 나오면 119가 적극적으로 후송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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