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HPV백신 ‘1회 접종’도 허용… “자궁경부암 퇴치 앞당길 것”

"일단 접근성 높여야"... '1회 접종-3년 예방효과'엔 각론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4번째로 흔한 암이지만 HPV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자궁경부암 퇴치하기 위해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접종 횟수를 기존 2~3회에서 1회로 간편화하는 방안을 허용했다. 2~3차례에 달하는 접종횟수 때문에 백신 접종율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 기간이 다소 짧아지더라도 백신 접근성을 우선 높이려는 목적이다.

WHO는 1회 접종으로도 충분한 백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들을 토대로 세계 보건당국자들에게 정책 전환을 설득하고 있다고 CNN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HO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4번째로 흔한 암이지만 HPV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HPV는 200개 이상의 관련 바이러스의 군집이다. 대부분은 증상을 전혀 일으키지 않지만 일부 균주는 사마귀를 유발하고 일부는 암을 유발한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접종이 권장된다. HPV는 종종 성적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성적으로 활동적인 거의 모든 사람이 언젠가는 HPV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1일~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WHO의 제76차 세계보건총회 의제 중 하나는 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한 HPV 백신 접종 프로토콜 변경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백신을 두세 차례에 걸쳐 접종한다. 한국은 만 12~14세의 경우 총 2회, 15세 이상의 경우 총 3회 접종이 공식 프로토콜이다.

WH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여아의 90%가 15세가 될 때까지 HPV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현재 백신 접종율은 13%에 불과하다. 수많은 나라들이 여러 차례 접종해야 하는 HPV 백신의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그래서 WHO는 HPV 백신을 접종하는 세계 각국의 프로토콜을 1회 접종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WHO의 예방접종 전문가 전략 자문 그룹은 1회 접종으로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9~20세 여성에게는 1회 또는 2회 접종, 21세 이상 여성에게는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WHO는 이러한 1회 접종 방식이 암 예방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실제 영국, 아일랜드, 호주 및 최소 18개 국가가 WHO의 권고에 따라 프로토콜을 전환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백신 1회 접종으로 3년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는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1회 접종은 1년 반 후 97.5%의 효능을 보이며 이는 24개월 또는 30개월 후 다회 접종 요법과 비슷한 효능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케냐의 3개 연구기관에서 백신을 접종한 건강한 젊은 여성 2275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 맹검 대조 시험으로 진행됐다. 3분의 1은 2가지 HPV 유형을 예방하는 백신을, 3분의 1은 9가지 유형을 예방하는 9가 백신을, 나머지 3분의 1은 대조군인 수막구균 백신을 접종했다. 연구진은 6개월마다 자궁경부 면봉을 채취하여 HPV DNA를 검사했고 3년 후 각 젊은 여성에서 백신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3년 후에도 백신의 효과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 게이츠재단의 피터 덜 백신개발지원팀장은 HPV 백신이 1회 접종으로 충분하다면 현재보다 2배나 많은 사람들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부분적으로 비용과 여러 번 투여하는 것의 시행 과제 때문에 백신 자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대 M D 앤더슨 암센터의 캐슬린 슈멜러 교수(부인과 종양 및 생식 의학)는 2014년과 2020년의 관찰 연구에 이어 이번 임상시험이 1회 접종의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WHO의 1회 접종 권고 결정이 시기상조이고 10년 뒤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때로는 선의 최대 적은 완벽”이라면서 “모든 나라가 미국처럼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회 접종으로 인한 예방효과가 평생 간다는 것을 장기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많다. 미국 클리블랜드 대학병원 자이드만 암센터의 퀸틴 팬 교수는 “HPV백신은 하나 백신이 특정 변이에만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과 정말 유사하기 때문에 다른 변이에 효과를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HPV 백신 1회 접종만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가능?(https://kormedi.com/1367971/)]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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