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의료법인 1/5 “자본금 깎아먹은 빈 껍데기”

'22년 의료법인 사업실적 분석'...운영 적자 34곳, 자본 잠식 22곳

부산 의료법인은 100개가 조금 넘는다. 그런데 그중 1/5은 이미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다. 빈 껍데기만 남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적자인 법인도 34곳. 앞으로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곳들. 그러다 보니 법인 재산을 빼돌리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가 있는 법인도 많아졌다. 지난해는 10곳이었는데 올해는 20곳이나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3일 부산시(시장 박형준) ‘2022년 시내 의료법인 사업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산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의료법인 104곳의 재정 상황은 좋지 않았다. 빚은 많고, 자기자본은 적었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법인이 22곳이나 됐다. 적자가 누적되며 자본금 전부 또는 일부를 깎아 먹은 것. 한해 살림살이가 적자를 기록한 법인도 2021년 25곳에서 22년 34곳으로 9곳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도 있었겠지만, 올해 내년 예상되는 불황까지 긴 터널을 지나가면 자본잠식 법인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요양병원 법인들 상황이 나쁘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법인이 25곳이나 됐다. 자본잠식 상태도 16곳.

2021년에 비해 적자는 8곳, 자본잠식은 2곳이 늘어났다. 단기채권을 발행한 병원도 17곳이나 된다. 평균 6억2천만 원짜리.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자기자본 비율도 쪼그라드는 추세다.

병원계에선 “요양병원 업계 전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했다. 전국적 현상이기도 하다. 요양병원이 너무 많아서다. “2026년까지 부산 시내 요양 병상이 1만 2천 개 이상 초과 공급될 것”이라는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도 있다. 부산시도 “요양병원 초과 공급으로 인한 부실 운영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짚었다.

“법인 재산 부정 사용한 20곳, 9월까지 현장 점검”

부산시는 이어 “이번 분석 결과에서 확인된 재산 부정 사용 의심 의료법인 20곳을 대상으로 전문 회계사와 함께 현장 지도·점검을 오는 9월까지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규율 부산시 보건위생과장은 “이번 지도·점검을 통해 위법사항이 적발된 의료법인은 단호히 조치하는 등 의료법인 운영 투명성 제고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꾀하겠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은 사항은 시정 조치에 그치지만, 중대 사항은 행정처분이나 고발 조치로까지 간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모두 10곳 의심법인을 골라내 ‘설립허가 취소’ 2곳, ‘행정지도’ 7곳, ‘고발’ 6곳 등 모두 15건 행정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법인 재산관리부터 부대사업 현황 및 회계처리 내용, 임직원 취임·해임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편, 부산은 총 104개 의료법인이 153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병원 12곳, 병원 23곳, 요양병원 89곳, 정신병원 13곳, 치과병원 4곳, 한방병원 3곳, 의원 4곳, 한의원 4곳, 치과의원 1곳 등이다.

부산시 전체 병상 수 7만71개의 40.3%인 2만8260개를 법인 소속 의료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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