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는 아니라는데…또 다른 복병 만났다

한·중·일 사람들, 그중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후종인대 골화증’ 많아

직장인 문씨(59)는 최근 수술을 받았다. 처음엔 목이 뻐근하고, 통증이 있었다 했다. 그래도 “컴퓨터 많이 쓰면 누구나 생기는 증상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물컵을 들다 유리잔을 떨어뜨렸다. 갑자기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 버린 것.

하는 수 없이 직장 근처 신경외과를 찾았다. ‘목 디스크’ 정도로 예상했지만, 그건 아니라 했다. 오히려 ‘후종인대 골화증’이란 처음 들어보는 진단이 나왔다.

척추는 목 부위 경추부터 꼬리뼈 근처 천추까지 33개 뼈가 쭉 이어져 있다. 이들 뼈 사이로 척추관이 지나고, 그 안에 머리에서 팔다리로 연결되는 신경이 들어있다.

척추관 안엔 인대도 들어있다. 척추뼈들이 틀어지지 않고 나란히 정렬해 있는 것은 그런 인대들 덕분. 척추관 앞쪽에서 있는 게 전종(前縱)인대, 뒤쪽에 있는 게 후종(後縱)인대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후종인대가 딱딱하게 뼈처럼 굳어져 척추관 신경을 압박하는 걸 ‘후종인대골화증(骨化症)’(OPLL; Ossification of the 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이라 한다.

[사진=서울대병원]
정확한 원인은 아직 잘 모른다. 다만,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람에게 많다. 유전적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인체의 콜라겐 및 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문제”(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이병주 교수) 정도다. 그래서 가족력과도 관계가 깊다. 또 여자보다 40대 이상 남자에게서 더 많이 생긴다.

이 교수는 “척추질환(강직성 척추염, 미만성 골과다증 등), 5시간 이하 혹은 9시간 이상의 수면시간, 식습관, 흡연 및 음주 등의 환경적 요인도 관련이 있다”고도 했다.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비만, 당뇨병, 면역 질환과도 관련이 없지 않다.

특히 머리와 이어지는 ‘경추’(*7개 척추뼈로 구성된다)쪽에 많이 생긴다.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에는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고, 근력이 떨어지는 정도 느낌이 온다.

차츰 손으로 하는 젓가락질이나 글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 걸을 때 비틀거리고,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커진다. 균형을 잡기 힘들어진 것. 이때가 병원(신경외과)을 찾을 적기다.

척추관 인대 딱딱해지며 신경 누르는 것…원인 모르고, 예방도 어려워

사실 증상만으론 ‘목 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다 심해지면 걸을 수 없는 보행 장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배변 장애가 올 수 있다.

뼈 조직이 붕괴하거나,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뼈의 변성이 일어나기도 하고, 경추 부위 통증이나 증상이 급격히 악화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번 발생하면 그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적절한 관리를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 소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손, 다리가 저리는 신경장애 증상은 그 원인이 여러 가지”라면서 “디스크 등 다른 질환 증상과도 비슷한 만큼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구분해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 검사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골화된 부위의 크기, 모양, 신경변성 여부, 척수 압박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CT, MRI 등 영상의학 검사 결과를 추가로 봐야 한다.

발병 초기엔 증상 완화를 위해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등 약물요법과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등의 비수술적 치료로 시작한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까지 간다. 딱딱해진 부위를 제거하는 것. 하지만 범위가 넓거나 수술 중 척수손상 위험이 있는 경우라면 신경과 인대 사이를 넓혀주는 방법도 쓴다.

예방법으론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식습관, 흡연 및 음주, 비만, 당뇨 등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이들부터 관리하는 게 순서다.

또 평소에 목 뻐근하다고 목뼈를 돌리며 좌우로 꺾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잠시 시원해지는 듯하지만, 경추에 가해지는 충격은 더 커지기 때문. 이에 덧붙여 정 소장은 “모로 누워서 핸드폰을 오래 보거나, 엎드려서 책 읽는 것도 안 좋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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