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췌장암, 재발 막는 백신 나올까?

유전자표적맞춤형 mRNA백신 맞은 16명 중 8명 18개월간 재발 없어

수술 받은 췌장암 환자의 유전자 표적 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종양 제거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은 악성 종양이다. 이를 막기 위해 수술 받은 췌장암 환자의 유전자 표적 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10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과 독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즈(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5년 전 독일 마인츠의 폐허가 된 교회 병원의 한 식당에서 모인 소수의 암 과학자들은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 조기발견도 어려운데다 재발 위험성까지 높아 가장 치명적 암으로 꼽히는 췌장임에 대한 백신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백신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5년 후 발표된 결과는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과 미국 제넨텍이 공동 개발한 실험용 백신을 16명의 환자에게 접종하고 18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8명에게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췌장암 재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노드 발라찬드란 박사가 이끄는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의 연구진은 수술을 받은 췌장암 환자들의 종양에서 추출한 샘플을 독일로 보냈다. 그곳에서 바이오엔텍의 과학자들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의 유전적 구성을 분석했다.

그들은 이 유전자 데이터를 사용해 개인 맞춤형 백신을 생산했다.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된 mRNA 기술을 적용했다. 이렇게 생산된 백신은 환자의 세포가 절제된 종양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단백질의 일부를 만들도록 해 잠재적으로 실제 암세포에 유용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도록 설계됐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췌장암 전문가인 아니르반 마이트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췌장암에 대한 mRNA 백신의 첫 번째 입증 가능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비적 연구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이정표가 될 만한 성공”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번 연구는 규모가 작았다. 16명의 환자(모두 백인)는 화학 요법과 종양이 사람들의 면역 반응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물을 포함하는 치료 요법의 일부인 백신을 투여 받았다. 일부 환자에서 더 나은 결과에 기여한 백신 이외의 다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패트릭 오트 박사는 “아직은 비교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비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의 니하 자이다 교수(췌장암 전문)는 “이러한 유형의 백신이 더 광범위하게 활용되는데 비용이 주요 장벽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맞춤형 암 백신을 종양 제거 수술 후 약 9주 만에 정맥주사로 투여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적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환영했다. 바이오엔텍의 우구르 사한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이 과정을 6주 이내로 단축했으며 궁극적으로는 4주 안에 암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생산비용을 1회 접종 당 약 3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미만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모더나와 머크가 개발한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수술을 받은 환자의 재발 위험을 줄였다는 임상결과가 지난달 발표된 바 있다. 이와 비교해 췌장암 백신은 더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 백신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약 13개월 후에 암이 재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추적 관찰한 약 18개월 동안 재발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췌장암 백신을 공동 개발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넨텍의 암 면역학 담당 부사장 아이라 멜먼 박사는 “30년 동안의 실패 끝에 암 백신이 실제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개념 증명을 확립하는 것만으로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며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063-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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