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심장의 운명, 의사의 선택은 최선뿐

[서동만의 리얼하트 #10]

예정된 심장의 운명, 의사의 선택은 최선뿐
심장의 발달은 예정된 운명이지만, 의사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제 또래에 비해 길쭉하게 자랐으며, 붙임성이 좋은 아이는 항상 할머니와 엄마의 손을 잡고 진료실을 들어선다.

폐동맥 폐쇄, 심실중격 결손, 주요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이라는 복잡한 진단명 (사진1-1)을 가진 아이다. 아이의 밝은 표정에 비해 어른들의 분위기에는 항상 걱정이 가득하다.

[사진 1-1] (가) 주폐동맥 없이 커다란 왼쪽 폐동맥 기시부(화살표). (나)크고 작은 두 개의 오른쪽 폐동맥 (화살표).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생 후 백일도 되기 전부터 시작하여 돌 무렵까지 이미 세 번이나 수술(도관 삽입을 위한 개심 수술 두 번, 체-폐동맥 단락 수술 한 번)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저자를 찾아왔을 당시 이미 양측 폐동맥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여, 왼쪽 폐동맥은 엉뚱하게 늘어나 있었고, 오른쪽 폐동맥은 발육이 멈춘 채로 아주 작았다(사진1-2).

[사진 1-2] 오른쪽 체-폐동맥 단락술(화살표)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은 오른쪽 폐동맥(화살표머리)과 엉뚱한 왼쪽 폐동맥(별표).
다행히 폐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늘어난 폐동맥이 있는 왼쪽 폐가 오른쪽 폐에 비해 월등하게 자라주었기에, 네 살에 심실중격 결손을 막아줄 수 있었다.

이후 일곱 살에 기계식 인공 폐동맥 판막 삽입술을 받았고, 이제 중학생이 되어 씩씩하게 뛰어 놀며 운동 선수가 꿈이라고 한다. 우심실은 압력이 대동맥 압력의 1/3 정도로 만족할 만하며, 수축 기능도 정상적이다. 한쪽은 엉뚱하고 한쪽은 완고한 폐동맥을 가진 채로(사진1-3).

[사진 1-3] 양측 폐동맥의 극심한 불균형(별표), 인공 폐동맥 판막(화살표) 삽입 후.
#증례 2 – 너무도 완고한 폐동맥

이번 증례는 앞의 증례와 공교롭게도 나이며 진단명은 같다.

폐동맥 폐쇄, 심실중격 결손, 주요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이라는 복잡한 진단명.

그러나, 사진2-1에서 보듯이 하행 대동맥에서 기시하는 측부 혈관들이 매우 특이하여 히드라의 머리처럼 여러 갈래로 되어있었다. 이 혈관들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가 엉뚱하게 늘어나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군데군데 좁아져 있었다. 덕분에 산소 포화도는 80~85% 정도로 잘 유지되어 돌 무렵까지 발육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진 2-1] 주폐동맥은 보이지않고 산발한 측부혈관들(화살표).
이 아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순차적인 수술은 아래와 같다.

(1) 돌 무렵, 개심 수술로 도관을 이용하여 우심실에서 폐혈관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 주고, 이어서 스텐트 시술로 충분한 주폐동맥을 확보함(사진2-2).

[사진 2-2] 우심실과 폐동맥을 연결한 도관과 스텐트(화살표).
(2) 세 살 무렵, 좌측 흉곽을 따로 열어 측부 혈관들이 기시하는 하행 대동맥 일부를 통째로 도려내고, 연이어 개심 수술로 정중 흉골 절개술 하에 이를 주폐동맥에 연결함.

(3) 그렇게 함으로써 심장에서 폐동맥으로의 혈류 체계를 일원화함. 그러나 이후 자가 폐동맥 조직이 자라지 않아(사진2-3) 여러 차례의 풍선 확장 시술을 시행함.

[사진 2-3] 주폐동맥에 해당하는 커진 도관 부위(화살표)와 여기저기 작은 말초 폐동맥들(화살표머리).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초 폐동맥 크기가 여전히 작아서, 사춘기가 된 현 시점에서도 심실중격 결손을 막아주지 못하고 관찰 중임 (산소 포화도 80% 언저리에서 유지됨).

(5) 하물며 인공 폐동맥 판막 삽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임.

앞선 연재 07에서 설명하였듯이 팔로4징이나 폐동맥 폐쇄를 동반한 심실중격 결손증 환자들에 있어서 폐동맥 발육 상태는 다양하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증례들을 연재 08, 09, 10에서 살펴보았다.발생학적으로 이미 예정된 운명(Programmed cell death)을 인간의 기술로 모두 바로잡을 수는 없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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