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검색한 청소년, 극단적 선택 위험 ↑

고위험군 사이에서 비슷한 검색 패턴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선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퇴’를 검색했을 때 자살 위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극단적 선택은 국내 10~2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13~18세 청소년의 검색 패턴과 자살 사망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처음으로 밝혀졌다. ‘우울’이란 단어를 검색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선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퇴’를 검색했을 때 자살 위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극단적 선택은 국내 10~2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이다.

이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원석 교수와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 연구팀이 처음으로 규명한 국내 청소년의 검색 패턴과 자살 사망의 연관성이다.

연구팀은 2016년 1월~2020년 12월까지 국내 13세부터 18세 학생 620명의 익명화한 자살사망 데이터(교육부,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와 총 26개의 국내 청소년 자살·자해 관련 단어(네이버 데이터랩 추출)의 검색량과의 연관성을 다변량 회귀분석했다. 검색어 변화와 실제 자살시점과의 시간차를 확인하기 위한 교차 상관 분석도 병행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추출한 국내 청소년의 자살·자해 관련 주요 단어 26개. [자료=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이 결과, 국내 청소년의 주요 검색 패턴은 ‘우울'(depression) 검색량이 많은 해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성별과 연령에 상관 없이 국내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과 가장 큰 연관성을 가진 단어는 ‘자퇴'(Dropout)였다.

특히 자퇴를 검색한 이후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기까지의 시간적 간격도 매우 가까웠다. 13~18세 남녀 청소년에서 모두 자퇴를 검색한 당일(0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이다.

연구팀은 학교폭력이나 성적(成績, Academic Score) 고민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면서 “국내 고등학생의 평균 자퇴율이 1.5% 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청소년 자살 사망자 중 자퇴를 검색한 청소년들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모든 연령의 남녀 청소년에서 ‘자해'(Self-harm)와 ‘자살방법'(Suicide method)을 검색한 후 0~7일 사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도 확인했다.

여성 청소년에선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때 성적과 자해와 관련한 검색 경향이 더욱 두르러졌다. 성적 관련 검색은 극단적 선택 11일 전(-11일)에 많았으며, 자해 관련 검색은 극단적 선택 당일(0일)에 많았다.

최원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구글 검색이 아닌 국내 검색 점유율 1위 포털의 데이터를 활용했기에 국내의 현실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가 자살예방정책이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살 사고나 자살 가능성에 대한 사전 평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디지털 헬스케어·의료정보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2023년 4월호(https://www.jmir.org/2023/1/e46254)에 게재됐다.

13~18세 남녀 청소년 전체에서 검색량 증가와 극단적 선택 시기를 분석한 표(위)와 남성(아래 왼쪽)과 여성 청소년에서의 분석표. [자료=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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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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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 자료 [자료=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구 중앙자살예방센터)]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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