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걷어차, 4살도 힘세”…소아과 ‘폐과’ 선언 이유 3

30대 소청과 전문의 '블라인드' 통해 진료 어려움 호소

30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지난 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소청과 폐과 선언 이유를 설명한 글을 올렸다. [사진=블라인드 게시글 캡처]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료계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청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크게 줄었고, 개원의들은 ‘폐과’를 선언했다.

한 30대 소청과 전문의는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소청과 폐과를 선언한 3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요즘 소아과 새벽 6시 오픈런에 대기 50명이고 환자가 미어터진다는 댓글에 현재 소아과 문제에 대해 글을 올리려 한다”고 작성 이유를 밝혔다.

소아과 의사를 그만두려는 첫 번째 이유로는 ‘낮은 수가‘를 꼽았다. 소아와 성인의 기본진료비는 같지만 성인들은 검사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타 진료과와 진료비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 해당 전문의는 “하루 100~150명 진료해도 1명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며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벌지만 비슷한 그룹끼리 비교하며 경쟁하기 마련인데, 내 또래 주변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소아과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다”며 “하지만 눈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다. 껌 100개 팔아서 마진 1만 원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아 마진 남기는 미용·통증 등으로 직종을 변경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폐과 선언 이유는 ‘고된 진료‘를 꼽았다. 전문의는 “소아는 아픔을 표현할 수 없다. 애는 나를 무서워하고 울고 걷어찬다. 4, 5살 애들은 힘도 세다”며 “애들은 죄가 없지만 체력은 어쩔 수 없이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정말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제공하는 비타민, 딸랑이(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장난감) 등은 무료로 제공한다고도 언급했다. 미국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용을 별도 청구한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그릇된 모성애, 부성애‘를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의는 “출산율 저하로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는 귀하다”며 “하지만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엄마, 아빠들을 다독이고 나면 아기를 볼 때 힘이 너무 빠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야의 자영업자 등도 진상손님 많이들 겪는다”며 “모성애·부성애의 잘못된 발현, 맘카페,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 3박자면 몇 달 안에 밥줄이 끊어지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극성이 병원 폐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

이 전문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든 일에서 ‘탈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글에는 5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의료인을 비롯한 여러 직장인들의 공감 및 비공감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월 29일 낮은 진료비, 무너진 소아의료 전달체계, 감정노동 등으로 소아와 폐과를 선언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개원가의 어려움은 공감하지만 폐과라는 용어는 국민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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