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건강에 되레 나쁠 수도 있다?

카페인 추출 방식 따라, 유해 물질 잔류할 수도

디카페인 커피를 즐겨 마신다면, 한 가지 브랜드 제품만 고집하기보다 여러 제품을 번갈아가며 마시는 것이 건강 관점에서 유리하다. [사진=Rouzes/게티이미지뱅크]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뛰거나 손이 떨리고 잠들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커피의 향미를 느끼고 싶을 땐 카페인 성분을 90% 이상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디카페인 커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카페인을 제거했기 때문에 건강한 음료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1900년대 초 독일 커피 상인인 루드빅 로젤리우스는 배로 커피를 운송하던 중, 바닷물을 머금은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 일부가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루드빅은 디카페인 커피 특허를 냈다. 이후 루드빅은 소금물 대신 벤젠이라는 보다 강력한 화학 용매를 사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었다.

오늘날 벤젠은 발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소량만 흡입해도 눈, 피부, 호흡기를 자극하고 어지러움, 두통 등을 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암, 혈액질환, 태아 발달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젠의 실체를 몰랐던 당시에는 이를 이용한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했지만, 오늘날에는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카페인을 제거하고 있다. 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화학 용매 이용 △액체 이산화탄소 이용 △물 이용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로스팅하지 않은 녹색의 커피콩을 이용해 카페인이 빠져나갈 때까지 용매 등에 담가두거나 찌는 방식으로 카페인을 제거하는 것. 이산화탄소나 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화학물질 없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안전성이 높은 방법이다.

물을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공정 방법은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다. 카페인은 제거하고 원두의 향을 내는 다른 화합물은 추출하지 않기 때문에 풍미가 좋은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해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만큼 커피 가격은 비싼 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 에틸 아세테이트, 염화메틸렌 등 합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화학 용매를 이용한 디카페인 제조 공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염화메틸렌은 약간만 흡입해도 기침, 쌕쌕거림,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고용량일 땐 두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구토를 일으키며 동물에게는 간암, 폐암 등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카페인 추출을 위해 사용되는 염화메틸렌의 양이 매우 미량이기 때문에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각국의 디카페인 제조 공정이 모두 적정한 단계와 방식을 거친 건지 일반 소비자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커피숍에서 주는 커피를 그대로 마시기 때문에, 카페 추출 방식 등에 대해 알 수 없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불면증, 두통, 불안 등이 나타나는 사람에게 디카페인은 좋은 대안이지만, 어떤 것이든 과도한 섭취는 삼가야 한다. 자신이 섭취하는 디카페인 커피에 화학물질이 얼마나 잔류해 있는지 알기 어려운 만큼, 한 가지 커피 브랜드만 고집하는 건 건강상 유리하지 않은 방법일 수 있다. 가급적 여러 브랜드의 커피를 번갈아가며 마시는 것이 유해물질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겠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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