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만남, 노년 정신건강에 중요

일상에서 수다 떨 수 있는 상대, 삶의 질 높여

사소해 보이는 상호작용은 노년층의 외로움과 고립으로 인한 건강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만나는 사람들, 은행 직원, 단골 웨이터와 ‘약한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 노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긴밀하지는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수다를 떠는 사소한 상호작용이 긍정적인 기분을 높이고 우울한 기분에 빠질 확률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런 관계를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의 긴밀한 관계와는 대조적으로 ‘약한 유대(weak ties)’ 또는 ‘주변적 유대(peripheral ties)’라고 부른다. 일부 연구자들은 동급생, 동료, 이웃, 종교 신도 등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 커피숍이나 대중교통 경로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도 이 범주로 분류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반려견 놀이터에서 자주 마주친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반려견의 이름은 알아도 정작 그 사람의 이름이나 상황에 대해선 모를 수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이나 날씨에 대한 즉흥적인 대화가 자주 오가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은 노년층의 외로움과 고립으로 인한 건강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영국 서섹스대의 질리안 샌드스트롬 교수(심리학)는 “약한 유대는 기분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냐고 물어보면 그 사람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약한 유대는 내성적인 사람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샌드스트롬 교수는 초기 연구에서 학부생과 25세 이상 성인에게 휴대용 리모콘을 배포해 며칠 동안 얼마나 많은 동급생 또는 다른 사람들과 최소한의 상호작용을 했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유대 관계가 약한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한 사람들은 교류가 적은 사람에 비해 더 큰 행복감과 웰빙 및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성격의 영향이 아님을 보여주는 ‘개인 내 차이’도 발견했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호작용이 많은 날에는 더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캐나다의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바리스타와 미소를 지으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튀르키예 앙카라의 대학 셔틀버스 기사에게 인사할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2020년 발표된 한 연구는 미국 디트로이트 대도시의 성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23년에 걸쳐 진행된 고령자 표본을 추적 조사했다. 연구진은 피험자(시작 당시 평균 연령: 62세)에게 ‘나’를 가운데에 두고 동심원 세 개를 그린 다음 친밀도에 따라 주변 사람들을 배열하도록 요청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미시간대의 토니 안토누치 교수(심리학)는 가장 안쪽에 있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가족이었고 가장 바깥쪽의 약한 유대 관계에는 친구, 동료, 이웃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한 유대 관계의 수가 긴밀한 유대 관계의 수보다 행복 예측에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토누치 교수는 약한 유대가 “수요는 낮지만 비용은 덜 드는 상호작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인지적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은 이러한 일상적인 교류의 대부분을 중단시켰다. 노인들은 종종 어떤 식으로든 가족과 연락을 유지했지만, 아침 식사 주문을 알고 있던 웨이터, 은행원, 횡단보도 경비원, 반려견 산책자를 더 이상 접할 수 없게 됐다. 샌드스트롬 교수는 “우리는 신선함과 자발적 만남의 기회를 놓쳤다”면서 “사람들이 약한 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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