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핵심’ 진단검사의학, 어떻게 도약하나?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한진영 학회장 인터뷰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은 최근 3년 간 정말 진땀을 뺐다.

광풍처럼 몰아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루 3교대로  신속검사에 PCR증폭검사, 항원검사 등을 해야했다.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 그렇게 확진자와 비(非)확진자를 가려냈다.

바이러스 대침공에 맞서 국민건강을 지켜야 하는 최일선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감염내과 , 호흡기내과 등과도 훨씬 더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진단검사의학은 일반인의 눈에선 조금 멀리 있었다. 환자가 병원에 오면 각종 검사로 환자의 병적 상태를 진단하는 ‘판정관’이지만, 직접 환자들을 만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실험실이나 검사실의 현미경이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우린 무대 뒤(Behind the Scene) 인생”이라 자조하기도 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회장으로 27~28일 부산에서 열리는 ‘2023 춘계심포지엄'(벡스코 컨벤션홀)을 준비해온 동아대병원 한진영 교수도 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한진영 동아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 [사진=코메디닷컴 윤성철 기자]
“병원 진료활동의 60~70%가 체외진단검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재 의료체계를 감안할 때 진단검사의학이 그 헌신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왔는지 의문이예요. 아쉬운 대목이죠.”

코로나19 팬데믹의 최일선에서 국민 보건을 지켜내고, ‘K-방역’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든 ‘진정한 영웅들’이면서도 늘 평가에선 뒷전에 밀려나 있던 현실에 대한 ‘아픈’ 토로다.

최근엔 ‘필수의료’ 붕괴 우려 때문에 정부나 병원계는 모두 이 문제에 목 매달고 있는 상황. 그 여파로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진단검사의학의 가치를 경시하는 흐름에 대한 불안감도 묻어난다.

– 심포지엄 주제를 ‘진단검사의학: 보건의료 체계의 중심점(epicenter)’으로 잡은 것도 그런 맥락인가요?
“이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제 ‘진단검사의학’이란 키워드가 세상에 많이 알려졌죠. 상황이 좀 달라지긴 했어요. 그 와중에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시약이 개발되고, 수출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방역 시스템, K-방역이 세계 곳곳에 모델 케이스로 시선을 끌었고요. 진단검사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할 계기가 만들어진 거죠. 우리 세대도 그렇지만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다행입니다.”

– 그래서 특히 역점을 둔 이슈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국내 진단검사의 우수성은 세계에 널리 알리고, 반대로 혈액암 등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기 위한 국제간 협력 상황은 국내에 널리 전하려 합니다. ‘검사 표준화’와 ‘정밀의료’ 분야는 우리 의료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정말 중요한 사안이죠.”

– 해외 연사를 초청해 벌이는 2개 플래너리 세션에 그런 목적이 있는가요?
“국제혈액표준화협의회(ICSH, International Council for Standardization in Hematology)는 진단혈액검사 분야의 표준화를 이루려는 국제기구입니다. 우리 대한진단혈액학회도 가입되어 있고요. 특히 현 회장인 웬디 어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교수가 직접 나와서 정확한 혈액 진단 결과를 얻기 위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미래가 어떨지 소개할 예정입니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혈액 종양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Wendy N. Erber 교수, Jason D. Merker 교수(왼쪽부터). [사진=대한진단검사의학회]
– 다른 하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제이슨 머커 교수는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종양 질환에서의 정밀의료최신 경향에 대해 발표합니다. 해외 강연자 두 사람은 또 유세포 분석을 이용한 염색체 검사 및 종양의 체세포 변이 분류의 표준화에 관해서도 얘기해줄 겁니다.”

– 국내 전문의들은 어디에 관심이 많던가요?
“아무래도 보건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새로운 분석기술에 관심이 많죠. 그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니까요. 특히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진단검사의학의 역할'(심포지엄7)에서는 건강보험과 검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려는 방안이 논의됩니다. 거기서 ‘양질의’ 검진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이 주요하게 다뤄지는데,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있지 않은 소규모 병·의원들 검진 데이터의 ‘품질 관리’ 문제도 나올 것 같습니다. ”

–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은 어떻게 돼 가나요?
“그쪽도 진도가 빠릅니다. 체외진단기기 장비와 시약의 국산화를 위해선 관련분야의 협조가 정말 중요하죠. 대한진단검사의학회-범부처의료기기사업단-대한의학회가 합동 세션을 꾸며 핵심 이슈들을 함께 토의합니다. 이번에 나오는 국내외 80여 개 전문회사의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시 역시 미래 트렌드를 보여주는 실마리들이고요.”

– ‘양질’의 의료데이터는 우리 의료 핵심역량이자 향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기가 될 수 있을텐데…
“맞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진단검사의학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비전을 갖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앞으로 수년간 의료환경 변화가 눈부실 겁니다. 이번에도 그와 관련된 심포지엄이 있지만, 올 7월에는 별도 워크숍을 마련해 더 심도 있게 다뤄보려 해요. 다각적인 진료정보 교류는 물론, 디지털헬스케어산업과의 연결도 중요하고요. 학회 이사장 등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 역량을 빠르게 키워나가야 할 때입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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