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폐암 유발

돌연변이 유발하기보다는 염증 환경 조성이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오염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망을 초래한다. 그 중에 폐암의 일종인 폐선암 사망자가 25만 명 이상이다. 하지만 담배연기나 자외선 같은 발암물질과 달리 대기오염이 어떻게 폐암을 유발하는지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대기오염이 DNA 돌연변이가 아니라 기존의 암 유발 돌연변이가 있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염증 환경을 조성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전문지 《네이처(Immunity)》가 자체 학술지에 게재된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찰스 스완튼 암연구원과 동료들은 대기오염이 폐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영국, 캐나다, 한국, 대만의 환경 및 역학 데이터를 수집했다. 담배연기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EGFR이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에 초점을 맞췄다. EGFR 돌연변이는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의 폐암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연구진은 EGFR 돌연변이 폐암이 지름 2.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입자인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꽃가루 알갱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크기의 PM2.5는 내연기관, 석탄화력발전소, 나무를 태울 때 배출된다.

연구진은 인간 암과 관련된 EGFR 돌연변이를 지니게 설계된 실험용 생쥐와 돌연변이가 없는 대조군 쥐를 PM2.5에 노출시키고 비교했다. 그 결과 돌연변이를 지닌 쥐가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돌연변이 쥐들의 폐암 발병률은 더 높았지만 폐 세포의 돌연변이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대신 초미세먼지 노출 후 몇 주 동안 지속되는 염증 반응의 징후가 나타났다. 폐로 몰려든 면역세포 중 일부는 IL-1β라는 염증 촉진 단백질을 발현했다. 연구진은 IL-1β를 차단하는 항체로 쥐를 치료한 결과 폐암 발생률이 감소했다.

이를 종합하면 대기오염은 이미 폐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 이는 잠재적으로 노화과정에서 축적되는 DNA오류의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암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건강한 조직에서도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진은 비암성 폐조직에서 EGFR 돌연변이의 빈도를 조사한 결과 세포 60만 개당 1개꼴로 나타났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세레나 닉-자이날 교수(임상유전학)는 “발암 물질에 노출되면 실제로 DNA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암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모든 발암 물질이 돌연변이 유발 물질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앨런 발메인 암연구원은 “대기오염이 암을 유발하는 주요 메커니즘은 새로운 돌연변이의 유발이 아니라 만성화된 지속적 염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메인 연구원은 20여개의 발암 물질이 생쥐의 DNA 돌연변이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 그는 암을 촉진하는 물질이 DNA 염기 서열을 직접 변경하여 작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돌연변이를 유발하지 않는 발암 물질에 대한 검사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돌연변이를 지닌 세포가 활성화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높은 수준의 대기 오염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IL-1β 차단 약물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비용이 많이 들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발메인 연구원은 설명했다.

대신 염증을 억제해주는 간단한 식이요법으로 일부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악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식이요법을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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