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꿈, 다시 뛰게 만들었던 심장수술들

[서동만의 리얼하트 #5]

젊은이의 꿈 앞에 심장이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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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서른 살. 그녀는 밝고 항상 즐거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다재다능해 꽃꽂이, 요가, 테니스, 수영, 커피 바리스타 등 못하는 것이 없다.
자신만의 멋진 카페를 가지고 싶어한다.
운동도 다양하게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벌써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앞으로 추가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돌이 지날 무렵 선천성 심장병인 팔로4징으로 완전 교정술을 받았다. 두 번째는 열 아홉에 인공 폐동맥 판막 삽입을 위한 수술을 받았으며 이때 기계식 인공 판막을 사용했다. 이후 혈액 응고 방지제인 와파린을 잘 복용하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두 번째 수술 후 5년이 되어 감염성 심내막염에 걸려 다시 입 퇴원을 반복하게 되었다. 인공 판막의 움직임이 점차 둔해지면서 우심실에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혈액 응고 방지제를 열심히 복용하고 혈액 응고 수치(PT INR)도 잘 유지했지만, 혈전이 의심되어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었다. 또 5년의 시간이 흐르며 인공 판막의 상태는 차츰 악화되었고 우심실 기능도 저하되면서 인공 판막을 다시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그간 병원에 다니면서 주위에 기계식 인공 판막을 가지고 임신과 출산을 겪어내는 경우들을 보며 같은 여성으로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결혼해서 아기도 가지고 싶은데.
기계식 판막의 경우 관리만 잘 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세 번째 수술이라니!
다시 기계식 판막으로 교체했을 경우 지금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만약에 조직 판막을 사용한다면 출혈의 위험과 태아에 대한 위험이 해결된다. 반면에 판막의 수명이 길게 보아도 20년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니 또다시 판막 교체 수술을 해야 하고…
결단을 내렸다.
이번에는 조직 판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고 운동, 출산, 투약 등의 문제로부터 벗어나 마음 가볍게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하기로.

# 감염성 심내막염이란?

감염성 심내막염은 심내막에 발생되는 박테리아 또는 진균 감염에 의한 염증 질환으로서, 우종(Vegetation) 이라 불리는 혈소판, 피브린, 미생물, 염증 세포로 구성된 염증 덩어리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감염은 주로 심장 판막에 발생되지만, 비정상적인 혈류로 손상된 심내막 또는 심장 내 이물질에서도 발생 가능하다. 열이 나고 전에 없던 심잡음이 들리면 이를 의심할 수 있는데, 혈액을 뽑아 균을 배양하거나 심초음파 검사를 하여 진단할 수 있다.

치과 치료나 침습적 시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몸에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생기면 심내막에 염증이 퍼져 심장 판막주위로 세균이 다량 모이고 그 주위에 혈소판과 염증 세포들이 달라붙어 판막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생체 조직이 아닌 인공 판막 같은 구조물이 있는 경우 그 위험이 높아진다. 인공 판막에서 발생된 감염성 심내막염은 모든 심내막염 사례의 20%를 차지하는데, 대략 인공 판막 환자의 1-6%에서 감염성 심내막염을 경험하게 된다.
이 환자의 경우 2엽성 기계식 인공 판막을 갖고 있었으며 안타깝게도 심내막염 후 이상 조직이 과다하게 자라[사진 1] 2엽 판막의 움직임을 저해함으로써 재수술을 받게 됐다[사진 2].
복잡 심기형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심장 내에 인공 판막을 가지고 있는 경우, 세균 감염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1] 수술에서 제거된 기계 판막. 판막 주위에 형성된 이상 조직 (화살표) (가)우심실에서 바라본 판막 (나)폐동맥에서 바라본 판막
[사진2] 기계식 인공 판막에 발생된 감염성 심내막염 재수술 전후 (가)수술 전: 기계식 판막 (화살표)
(나)수술 후: 조직 판막 (별표). 술 전 보였던 링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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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농구를 너무 좋아한다고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했다.

요즘 운동 시 쉽게 지치는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아왔다.

소년은 팔로4징으로 돌이 되기 전에 완전교정술을 받았다.

검사를 해보니 폐동맥 판막 폐쇄부전이 심했고(+4) 우심실이 많이 커져(이완기/수축기 248/89 mL)있었으며 우심실 기능이 저하(36%)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부정맥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예상보다 이른 나이에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격렬한 운동은 위험하다. 그러나 아이와 부모는 이미 농구에 아이의 장래를 걸고 있었다. (문득 여러 해 전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프로 야구 선수 L 이 떠올랐다.)

지금의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즉 인공 폐동맥 판막이 필요하다. 문제는 기계식 인공 판막이냐 조직 판막이냐의 결정이다. 아직 신체 발육이 더 남아있으므로 인공 판막의 크기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미 심장이 많이 늘어나 있어 인공판막을 삽입할 경우 성인에 합당할 만큼 충분히 큰 판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달 동안 가족들과 함께 고민한 끝에 아이가 어른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자신은 슬램 덩크를 꿈꾸며 산다고. 

외상의 위험이 항상 있는 상황에서 혈액응고 방지제를 매일 복용할 수는 없다고. 

따라서 조직 판막을 선택하여 열심히 운동하고 나중에 다가올 문제는 그때 가서 판단하기로 했다고.

성인 크기(25mm)의 조직 판막을 사용하여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회복은 순조로워 우심실 크기와 기능(60%)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수술 후 두 달이 지나 아이는 농구 코트로 복귀했다.

God bless this boy.

두 증례 모두 성별이나 나이의 제한을 벗어나 전 생애 주기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결정한 모범 사례였다.

 # 폐동맥 판막을 넣어 줄 때 개심 수술이 아닌 방법은 없는가?

 경피적 판막 시술이라는 방법이 있다. 즉,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특별히 만들어진 인공 판막을 넣어주는 것이다[사진 3]. 그러나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1.   기본적으로 재질이 조직 판막이라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조직 판막의 경우 내구성이 문제인데, 특히 이러한 경피적 시술 판막의 내구성에 대한 장기적인 결과가 별로 없다. ‘사진 3에서 보는 제품은 시술이 완료된 모양이나 시술 전 보관 시에는 판막이 접혀진 상태이다. 접이 우산처럼. 접힌 부분이 어떻게 되겠는가?

2.   환자의 체구가 작을수록 시술 가능한 판막의 크기가 작고, 따라서 환자가 성장할수록 판막의 유효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즉 짧은 시간 내에 다시 판막을 갈아주어야 한다.

3.   반대로 심장이 많이 늘어나 있는 경우엔 그에 맞는 크기를 갖는 시술 판막을 찾을 수 없다. 가령 25 mm 이상의 시술 판막을 넣어 주기는 어렵다.

4.   우심실에 기능을 못하는 얇아진 부분, 혹처럼 부풀어 있는 부분 (aneurysm), 제거해야 되는 웃자란 근육이 같이 있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함께 해결해야만 우심실 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사진3]조직 판막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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