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망 반복… “응급의료 체계의 민낯”

응급시스템 정비부터 대국민 캠페인까지 개선 방안 마련해야

응급실을 표류하다 사망하는 환자 발생이 되풀이되면서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적극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진=ING alternative/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추락해 2시간 동안 병원을 찾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4층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 발목 등을 크게 다친 이 학생은 구급차에 실려 7개 병원을 ‘뺑뺑이’ 돌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치료 가능한 의사와 병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는 공동조사단을 꾸려 119구급대의 응급의료기관 선정 과정, 병원의 환자 수용 거부 사유 등에 대해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환자의 이송부터 사망까지 부적절한 대응이나 법령 위반 사항이 없었는지 살피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의 민낯”이라며 “응급환자는 골든타임 내 치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면 대부분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가 신고를 하고 구급차가 출동까지 했지만 치료할 의료기관이 없어 표류하다 사망하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6가지 개선 사항도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19구급대가 최선의 ‘첫 번째’ 응급의료기관을 신속히 선정할 수 있는 응급의료시스템 작동 ▲경증 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갈 필요 없는 응급의료전달체계 구축 ▲응급실은 중증도 순 치료를 진행한다는 인식 강화 ▲의료 인력 및 병상에 대한 재정 투입 ▲수도권 외 지역 필수 진료과 의사 인력 확충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2016년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김민건 군이 병원 13곳이 치료를 거부해 사고 7시간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대구 사망 사건의 2배에 가까운 병원을 찾아 돌아다녔다. 2022년 한 해만 119구급차를 탄 채 병원을 찾다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를 겪은 환자 사례가 190여 건에 이른다.

응급실 과밀화와 인프라 부족 문제는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피해로도 이어진다. 2019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윤 센터장은 응급센터에서 주야간 근무를 했고 급성심정지가 발병하기 전 12주간 휴일이 없었다.

현재 정부는 중증도 분류에 따라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119구급대가 중증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현실적·제도적 한계가 있다. 응급의료기관의 인력, 병상, 장비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아 구급대원이 개별 의료기관에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은 병원에 온 순서가 아닌 중증도 순서대로 치료를 받는다는 대국민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하철 우대석, 임산부 배려석이 노약자 배려 수단이 되는 것처럼, 응급실 또한 중증환자가 우선이라는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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